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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이코) |
[알파경제=(고베) 우소연 특파원] 세이코그룹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고급 시계 브랜드 ‘그랜드 세이코(Grand Seiko·GS)’의 국내외 판매 호조에 힘입어 7월 말 이후 약 두 달 만에 60% 이상 상승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2일 전했다.
미국 정부가 스위스산 시계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롤렉스’·‘오메가’ 등과의 경쟁에서도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AI(인공지능) 관련주를 중심으로 닛케이 평균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해외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세이코G를 주목하고 있다.
시마모토 류지 오카조증권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브랜드력과 고가 제품 비중 면에서 세이코는 일본 시계업체 중 선두”라고 평가했다.
세이코G의 상승에는 시계 외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회사의 총자산 중 토지 비중은 2025년 3월 기준 14%로, 카시오(9%)·시티즌(3%)을 크게 웃돈다.
도쿄 긴자 등 주요 상권에 부동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최근의 땅값 상승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카조증권은 “부동산 포함 이익이 큰 기업일수록 올해 들어 도쿄증권거래소(TOPIX) 상승률을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우치야마 다이스케 오카조 시니어 전략가는 “액티비스트(행동주의 주주)의 개혁 압박과 인플레이션 국면에서의 자산가치 상승 기대가 배경에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주가 급등 계기는 8월 발표된 실적 전망 상향이었다. 세이코G는 2026년 3월기 연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155억 엔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예상보다 10억 엔 상향 조정된 수치다. 주력 제품인 ‘그랜드 세이코’의 국내외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발표 직후 주가는 약 34년 만에 6640엔을 기록했다.
7월 말 이후 세이코 주가는 62% 상승해 카시오(4%), 시티즌(17%)은 물론 닛케이 평균(20%)을 크게 앞섰다.
세이코G의 경쟁력은 ‘고가 기계식 시계’에 집중된 브랜드 전략이다. 국내에서는 2024년 ‘그랜드 세이코’의 가격을 두 차례 인상했지만 판매는 오히려 견조했다.
20만 엔 이하 중저가 제품이 주력인 경쟁사와 달리, 세이코는 40만 엔 이상 고가 시장에 강점을 두고 있다. 인바운드 수요와 국내 부유층 소비가 이를 뒷받침한다.
세이코는 2017년 ‘그랜드 세이코’를 세이코 본 브랜드에서 독립시켜, 본격적인 럭셔리 노선을 택했다.
일본의 시라카바(자작나무) 숲을 모티프로 한 ‘시라카바 모델’ 등 일본 문화 요소를 반영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24년에는 뉴욕에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점하며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회사는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 비중을 2027년 3월기까지 85%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워치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26년 3월기에 12%로, 2002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가키자키 아쓰시 세이코G IR담당 부장은 “그랜드 세이코의 글로벌 전개가 본격화되면서 세이코를 ‘럭셔리 브랜드 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세이코의 예상 PER(주가수익률)은 약 18배 수준으로, 프랑스 LVMH(27배), 스위스 리슈몽(36배)에 비해 저렴하다. 이에 따라 해외 기관의 매수세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스위스산 수입 시계에 39%의 관세를 부과한 것도 세이코G에는 호재다.
일본산 제품에는 15%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낮다. 시장에서는 “스위스 시계업체들이 세이코보다 훨씬 큰 폭의 가격 인상을 강요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딜랩에 따르면, 세이코G의 글로벌 시계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지만, 롤렉스·오메가 등 스위스 세력이 장악한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경우 추가적인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
세이코G는 ‘럭셔리 전략’과 ‘자산 가치 상승’, 그리고 ‘관세 효과’라는 세 가지 호재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경우, 일본 시계산업 전체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알파경제 우소연 특파원(wsy0327@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