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수주 백지화 트라우마…수금 보장 없는 해외 공사는 재앙
사우디·UAE 우방국 눈치에 꽉 잡힌 '차이나 머니' 텃세까지
"완벽한 제재 면제·대금 보증 없인 독이 든 성배…냉정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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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형진 선임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3000억 달러(약 450조 원) 규모의 ‘이란 재건 기금’ 조성이 거론되고 있다.
극심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와 내수 한파로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 일각에서 1970년대 ‘테헤란로의 기적’을 언급하며 제2의 중동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 건설업계나 수출 현장의 시선은 한겨울처럼 차갑다.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과 수주 생태계를 뜯어보면, 이란 재건 사업은 거대한 기회로 포장된 묵직한 청구서이자 자칫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독이 든 성배’에 가깝기 때문이다.
◇ "내 돈은 안 쓴다"…韓 정부에 날아올 트럼프의 청구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내세운 ‘민간 투자 중심의 재건’이라는 원칙이다.
이는 철저한 거래주의를 앞세우는 미국이 전쟁 사후 수습 비용을 자국 납세자의 돈으로 치르지 않겠다는 명백한 선언이나 진배없다.
결국 미국은 한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동맹국을 향해 "너희 민간 자본과 기업이 들어가 이란 인프라를 깔고 기금을 채우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이재명 정부는 기업의 ‘해외 수주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기관의 공적 자금을 동원해 벼랑 끝 빚보증을 서야 하는 치명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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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수주하면 뭐하나, 돈을 못 받는데…뼈아픈 학습효과
건설사 입장에서 최우선 과제는 화려한 수주액이 아니라 대금 회수, 즉 수금이다.
이란은 오랜 경제 제재와 전쟁으로 국고에 달러가 말라버렸다. 다시 말해 이란은 천문학적인 인프라 공사 대금을 현찰로 치를 능력이 없다.
통상 초대형 공사는 글로벌 대형 은행들의 PF 자금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사들은 언제 부활할지 모르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불씨가 두려워 이란에 단 1달러도 빌려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인복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부회장은 "결국 국내 건설사가 빚을 내 먼저 지어주고 나중에 이란산 원유로 대신 받거나 장기 미수금을 깔고 가야 한다"먼서 "현재 PF 위기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국내 건설사들에게는 기업의 명운을 건 무모한 도박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뼈아픈 트라우마도 존재한다. 2016년 대이란 제재가 일시 완화됐을 당시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앞다투어 현지로 달려가 수십조 원의 가계약(MOU)을 맺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제재를 부활시키자, 모든 계약이 공중분해 되면서 막대한 매몰 비용만을 날렸을 뿐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계좌에 이란 원유 대금 약 70억 달러가 장기간 묶이는 통에 이란이 한국 선박을 나포하는 등 최악의 외교 마찰까지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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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사우디·UAE 눈치에…이미 이란 안방 내어준 '차이나 머니' 텃세
중동 내 얽히고설킨 지정학적 역학관계도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현재 K-건설과 방산, 원전의 핵심 큰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다. 중요한 것은 이들은 이란과 지역 패권을 두고 으르렁거리는 앙숙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당장의 특수에 눈이 멀어 이란과 대대적으로 밀착할 경우, 현재 사우디·UAE와 맺고 있는 수십조 원 단위의 굳건한 협력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뼈아픈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서방세계가 이란과 단절했던 지난 십수 년간 이란 시장을 완벽히 장악한 ‘차이나 머니’의 텃세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란과 ‘25년 포괄적 협력 협정’을 맺은 중국은 이미 알짜배기 에너지·인프라 독점권을 예약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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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전후 이란 정권 입장에서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은 끝까지 의리를 지킨 중국이나 러시아 국영기업에 넘길 확률이 압도적이다.
또 우리나라 기업에게는 마진이 박하고 위험도만 높은 단순 하청 시공만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해외수주 담당 임원은 “언론에서는 제2의 중동 붐을 띄우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란 시장을 극도의 하이 리스크로 분류하고 섣불리 TF조차 꾸리기 조심스러운 분위기”라며 “미국 정부의 불가역적이고 서면화된 제재 면제와 국제 금융기구 수준의 완벽한 대금 지불 보증이 확보되지 않는 한, 이란행 티켓은 발권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기훈 전 코트라 부사장 겸 기술혁신과 무역포럼 회장은 "우리 정부와 기업은 모래알 위에 지어지는 신기루를 쫓기보다 1970년대 테헤란로의 낭만을 걷어내고 차가운 주판알을 다시 튕겨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조언했다.
알파경제 이형진 선임기자(magicbullet@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