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책·스트레스 DSR로 6억원 한도 '이중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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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출을 받으려는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더 높은 벽이 기다리고 있다. 금리는 떨어졌지만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진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54%로 전월 대비 0.0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2년 6월 2.3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9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대출금리 인하 요인이 충분히 조성됐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 3분기 은행의 가계 주택담보대출 태도지수는 -31로 2분기(-11)보다 무려 20포인트나 급락했다.
지수가 음수이고 절댓값이 클수록 대출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겠다는 의미다.
◇ 금리는 내리는데 문턱은 더 높아진다?
코픽스가 하락하며 금리 인하 기대가 커졌지만, 대출 문턱은 오히려 높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준금리나 코픽스가 하락하면 은행들이 대출 확대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시장 원리를 압도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가 7월부터 도입되는 데다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이 추가 시행되면서 가계 주택관련 대출, 신용대출 모두 태도가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픽스 하락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폭은 제한적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은 코픽스 하락분(0.09%포인트)을 즉각 대출금리에 반영했지만, 실제 대출자들이 느끼는 금리 인하 체감도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 부담이 커진 다른 은행들이 우회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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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거리에 붙은 담보대출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
◇ 정부의 '이중 잠금장치'
코픽스 하락 효과가 무력화되는 근본 원인은 정부가 설치한 '이중 잠금장치'에 있다.
6월 27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과 7월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이 그것이다.
먼저 6.27 대책의 핵심은 절대적 한도 설정이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는 차주의 소득이나 주택 가격과 무관하게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된다.
연소득 2억원인 고소득자가 20억원 주택을 구매할 경우, 기존 DSR 규제 하에서는 약 14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6억원이 상한선이다.
여기에 총량 통제도 더해졌다.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목표를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대폭 감축했다.
은행들이 대출을 내어줄 수 있는 전체 파이 자체가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은 개별 차주의 대출 가능 금액을 더욱 옥죈다. 수도권 기준 기존 1.2%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스트레스 금리가 상향 조정됐다. 이로 인해 동일한 소득을 가진 차주라도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3~5%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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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 은행들 깊어지는 '고심'…가산금리 조정할까
정부의 총량 규제와 코픽스 하락 사이에서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코픽스 하락분을 반영해 금리를 낮추는 듯 보여도, 결국 가산금리를 조정해 대출 속도를 조절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종 대출금리는 통상 '기준금리(코픽스) + 가산금리 - 우대금리' 구조로 결정된다.
여기서 가산금리는 은행이 차주의 신용위험, 업무원가, 목표이익률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정하는 부분이다.
이는 은행들이 정부의 총량 관리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대출 수요를 자연스럽게 억제하기 위한 우회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코픽스가 떨어져도 가산금리를 올리면 최종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할 수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코픽스는 계속 떨어지는데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는 강화되니 난감한 상황"이라며 "금리만 보면 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그럴 수 없어, 결국 가산금리를 통해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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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 정책이 만든 '계층화'
이런 변화는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재편을 예고한다. 6억원이라는 절대적 기준선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명확히 양분되고 있는 것이다.
6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 시장에서는 여전히 대출을 활용한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이상 고가 주택 시장에서는 현금 부유층이나 기존 주택 매각 후 갭투자 형태의 거래만 가능해진다.
사실상 영끌'을 통한 주택 시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이나 수도권 신도시 등 고가 주택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거래 절벽이 예상된다.
기존에 대출을 활용해 15억~20억원 주택을 구매하던 중산층 고소득자들이 시장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반면 6억원 한도 내에서 대출이 가능한 중저가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해당 구간에서는 오히려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당국은 "분기별 관리목표 준수 여부와 지역별 대출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하여 필요시 추가 규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코픽스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실제 대출자들이 금리 인하 혜택을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