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보이스피싱 피해' 자율배상 173건 중 18건 뿐…실효성 논란

김교식 기자 / 기사승인 : 2025-10-10 08: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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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설치된 ATM기기에서 시민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 구제를 위해 도입된 은행권 자율배상 제도가 실제 피해자 보호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시중은행의 자율배상 완료 건수가 전체 신청 건수의 10% 수준에 그쳤으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배상 사례가 전무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율배상 제도가 시작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배상 신청 173건 중 실제 배상이 이뤄진 것은 18건(10.4%)에 불과했다.

이는 제도 안내 등을 받은 전체 상담 건수(2135건)와 비교하면 0.84%에 해당하는 미미한 수치다. 신청 건 중 34.7%에 달하는 60건은 피해자가 직접 자금을 이체했거나 로맨스 스캠, 중고 사기라는 이유로 심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다.

배상이 결정된 18건의 배상률도 저조했다. 피해자들이 신청한 금액은 총 6억3762만원이었지만, 은행이 실제로 배상한 금액은 22.1%인 1억4119만원에 그쳤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6건(8352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7건(1316만원), 농협은행 5건(4451만원) 순이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해당 기간 배상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올해부터 제도가 도입된 카드사,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의 상황은 더 심각해 전체 신청 123건 중 배상이 이뤄진 것은 2건(1.6%)에 불과했다.

이처럼 낮은 배상률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배상 결정에 불복해 분쟁 조정을 신청한 사례는 단 1건뿐이었다. 이는 고객이 구체적인 심사 내용을 알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은행의 결정을 대부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내부 배상심사협의회에서 고객 과실 정도와 은행의 사전 예방 노력을 종합 평가해 배상 여부와 비율을 결정한다.

이 의원실이 확인한 분쟁조정 사례에서 해당 은행은 고객이 자녀 사칭 메신저 피싱에 속아 악성 앱을 설치하고 계좌 비밀번호를 제공한 것을 중과실로 판단했다.

반면 은행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운영은 일부 미흡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사고 예방 노력을 낮은 단계로 인정해 피해액의 10%만 배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 금융회사의 과실이 없어도 피해액 일부 또는 전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무과실 배상책임제를 발표했으며, 당정은 연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피해자가 보이스피싱 범죄자에 속아 직접 자금을 이체한 경우에도 금융회사가 피해를 배상하게 된다.

이달 중에는 전 금융회사와 통신사, 수사기관이 보유한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AI 플랫폼이 출범할 예정이다.

이인영 의원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상당수가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사실상 구제받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이 고객 과실만 따질 것이 아니라 피해 예방과 신속한 배상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더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알파경제 김교식 기자(ntaro@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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