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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인 N2 ARTSPACE 초대전, '획의 변주, 해체로부터 문자회화로 건너가는 첫걸음' (사진= N2 ARTSPACE 제공) |
[알파경제=이고은 기자] 강병인 작가는 서예와 디자인을 결합한 독특한 현대 한글서예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 '의형제',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등의 글씨를 통해 대중에게 친숙한 그는 남산에서 ‘획의 변주, 해체로부터’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그의 50년간 붓과 함께한 여정에서 나타난 문자회화의 첫걸음이다.
강병인은 중학교 시절 추사 김정희를 정신적인 스승으로 삼고, 영묵永墨이라는 호를 지으며 한글로 선생의 한자 서예를 재해석하는 데 몰두했다.
그는 안토니 타피에스, 미로 등 다양한 예술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진행된 이번 전시는 소리를 하늘, 땅, 사람으로 나누는 해체와 조합을 통해 획의 본질을 찾으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전시는 세 가지 변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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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사람 땅 화선지에 먹, 혼합, 70×137cm, 2025 (사진= N2 ARTSPACE 제공) |
첫 번째 변주는 ‘하늘과 땅, 사람’이라는 대원칙 아래 획이 자유롭게 춤추며 자연 속 요소들과 어우러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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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춤춰봐, 기쁨이야 화선지에 먹, 혼합, 137×70cm, 2025 (오른쪽)웃어봐, 행복이야 화선지에 먹, 혼합, 137×70cm, 2025 (사진= N2 ARTSPACE 제공) |
두 번째 변주는 해체된 획들이 다시 모여 글자로 승화되는 과정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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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열 100×100cm, 글씨 강병인 2012, 나전 2025 (오른쪽)뜻문자 한글 나전, 83×66cm, 글씨 강병인 2007~, 나전 2025 (사진= N2 ARTSPACE 제공) |
마지막 세 번째 변주는 글자 자체가 가진 뜻과 소리를 형상화하여 한글의 조형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강병인의 작업은 단순히 문자를 그리는 것이 아닌 쓰기 과정을 통해 삶의 근원을 묻고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특히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열라면'의 '열' 자는 나전 장식으로 재탄생되어 일상의 문자가 미술 작품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병인의 깊이 있는 철학과 예술적 탐구가 돋보인다. 관람객들은 그의 작품들을 통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문자 사이에 흐르는 기운생동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알파경제 이고은 기자(star@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