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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법 개정안에 반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과거 SK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의 의견을 제대로 고려했는지 직격했다.
이 원장은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태원 회장이 '초불확실성 시대에 상법까지 개정해야 하냐'고 말씀하셨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라면서도 "진정성이 있으려면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 문제 등에 대해 시장 충격, 주주들의 아픈 마음을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최 회장이 지난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통상 문제와 국내 정치 문제 등이 겹쳐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놓여 있다"며 상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이 원장은 "재계는 상법 개정안의 순한 맛인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반대한다"며 "제2의 LG에너지솔루션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그는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6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시장이 의사결정의 배후나 진정성을 의심하는 상황"이라며 "자본시장의 핵심적인 기능조차도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에 있었다면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 선진화는 대통령이 직접 추진한 자본시장 주요 정책"이라며 "(자리에) 계셨다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법무부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더불어민주당에 상법 개정안을 즉시 처리하지 말고 4~5월까지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민주당에 간곡히 부탁드린다. 상법 개정안을 똑같은 내용으로 바로 통과시키지 말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이 모이는 4~5월 정도까지 기다려달라"며 "일방적으로 상법을 통과시키면 재계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조차 반대할 핑계를 갖게 된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모두 좌초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상법 개정안의 보완책도 제시했다. 이 원장은 "현재 상법을 통과시키면 100만개 정도의 비상장 법인이 모두 적용받게 된다"며 "시행령에서 범위와 대상을 한정하는 방법으로 장치를 열어두고 대형 상장법인에 우선 적용해보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재계의 주된 주장인 '상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사들이 결정에 부담을 느껴 신사업을 개척할 수 없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이사의 결정으로 설사 손해가 날 수 있지만 이건 모든 주주에게 공평하다"며 "충실 의무는 합병에서 상장 비율을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한다거나, 대주주 친인척 회사에 좋은 물건을 싸게 넘길 때 등 이해상충 거래에서 작동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재개된 공매도에 대해서는 "주식시장이 출렁인 건 공매도 효과도 분명히 있었다"면서도 "글로벌 이슈로 아시아 증시가 다 조정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조사는 "4월 중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성역 없이 보고 있다"고 밝혔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과거 출마를 권유하신 분들이 있지만 가족들과 상의해 안 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며 "25년 넘게 공직생활을 했으니 민간에서 좀 더 시야를 넓히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