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방곡곡 '집 고치기' 재능기부 가족 여행기 ('인간극장')

김상협 / 기사승인 : 2023-03-10 11: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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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사진=KBS)

[알파경제=김상협 기자] 한적한 시골 마을에 버스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 버스를 타고 전송현(51) 씨, 김화숙(52) 씨 부부와 딸 전현서(23) 씨는 8개월째 여행 중이다. 그런데 트렁크를 열고 보면 캠핑용품 대신 연장이 가득하다. 이 가족은 전국을 누비며 '집 고치기' 재능을 기부중이다.  


사실 송현 씨 부부는 여행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10년 동안 심리 카페를 운영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7개의 직영점과 가맹점을 거느릴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까지 당했다. 일과 사람에 지친 마음에 부부는 긴 여행을 계획했다. 덜컥 버스부터 샀고, 그리고 대형면허를 땄다. 

 

손재주가 탁월했던 송현 씨는 버스를 개조하며 뭔가 보람 있는 여행이 되었으면 싶었다. 그때 떠올린 것은 시골집에 혼자 사시는 어머니. 어머니와 같은 처지의 노인들을 도우며 여행하면 좋겠다 싶었다. 봉사를 곁들인 신개념 캠핑 여행은 그렇게 탄생했다. 무조건 ‘공짜’는 역부족이라 집주인이 자재를 구매해오면 인력과 기술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송현 씨 가족의 8개월간의 여정은, 낯선 풍경과 새로운 경험, 그리고 귀한 인연으로 채워졌다. 경북 청도에서는 집주인과 가족 못지않은 사이가 되었고 남도 끝, 거금도에서는 할머니들의 따뜻한 정을 느꼈다. 유기견 쉼터와 해비타트 봉사를 하면서는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뿌듯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관광보다는 일상, 유람보다 노동이 더 많은 나날이지만, 일과 사람에 치이고 부대꼈던 지난 10년이 말끔히 치유되는 기분까지 들었다.
 
하지만 긴 여행에 꽃길만 깔려있을 리는 없다. 재능기부라고 하면 물밀듯 의뢰가 쏟아질 줄 알았건만, 돌아오는 것은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였다. 면사무소와 군청에도 연락하고, 마을을 직접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낯선 외지인에게 선뜻 일을 맡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없었단다. 거기에 믿었던 캠핑 버스마저 탈이 나기 일쑤였다. 배터리는 방전되고, 한겨울 히터까지 고장 나는가 하면, 어디선가 물까지 샌다. 그럴 때마다 의기소침해지며 포기할까도 싶었지만, 창문을 열면 쏟아지는 탁 트인 풍경과 그동안 이어온 귀한 인연들을 생각하면 이 여행을 그만둘 수가 없다.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낯가림이 심했던 딸의 내면이 단단해졌고, 늘 굳은 표정의 엄마는 웃음이 많아졌다. 24시간 함께 지내며 가족애가 더욱 깊어졌다. 우여곡절 가득한 캠핑카 생활에, 어쩌면 마음만 앞선 재능기부까지.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지만 세 식구는 알 수 없는 내일을 기대하는 지금이 행복하다. 여행을 통해 인생의 새로운 이정표를 발견하고, 또 다른 행복을 찾아가며 오늘도 버스는 달려간다.
 

알파경제 김상협 (press@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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