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부도] "내일 JTBC 부도나는데 주식 사라?"…개미 무덤 판 증권사들, '시세조종' 조사받아야

김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6 1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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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그룹 연쇄 법정관리 직전까지 '매수' 외친 대형 증권사들
200억 빚 못 갚아 무너졌는데 "영업익 220% 증가" 장밋빛 헛발질
분노한 개미들 "기관 엑시트용 바람잡이…명백한 대국민 사기극"
"단순 오판 아냐"…당국, 허위 리포트·선행매매 여부 철저히 밝혀야
JTBC스튜디오일산.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김지현 기자] ​"회사가 200억 원 빚을 못 갚아 부도가 나고 거래가 정지될 판인데, 불과 며칠 전까지 주식을 사라고 부추긴 게 우리나라 대형 증권사들입니다. 기관들 물량 떠넘기기를 위해 개미들을 총알받이로 쓴 명백한 시세조종 아닙니까?"

지난 ​15일 콘텐트리중앙 등 중앙그룹 5개 계열사의 연쇄 회생 절차 신청 소식에 여의도 증권가와 주요 주식 토론방은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로 들끓고 있다.

JTBC의 채무불이행(부도) 선언에 이어 상장사인 콘텐트리중앙의 주식 거래마저 즉각 정지되면서 피 같은 돈이 묶이게 된 개미들의 원성이 폭발한 것이다.

​이날 여의도 증권사 객장 안팎에서 만난 투자자들은 벼랑 끝에 몰린 기업의 참담한 재무 상태를 철저히 외면한 채, 불과 한 달 전까지 '매수(Buy)'를 외쳤던 증권사들을 향해 격분을 토해냈다.

​실제로 최근 주요 증권사들이 쏟아낸 보고서를 보면 투자자들의 분노를 단순한 '손실에 대한 화풀이'로 치부하기 어렵다.

지난달 8일 대신증권을 시작으로 15일 메리츠증권과 22일 IBK투자증권까지 약속이나 한 듯 줄줄이 투자의견 '매수'를 고집했다.
 

IBK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IBK투자증권)


​특히 IBK투자증권은 불과 3주 전 보고서에서 "산하 콘텐츠 제작사 SLL의 제작 편수 증가 등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0% 증가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 1만 3천 원을 유지했다.

IBK증권은 악화된 재무구조를 단서로 달긴 했지만, 결론은 실적 개선이 기대되니 주식을 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12일 JTBC가 206억 원 규모의 차입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냈고, 14일과 15일에 걸쳐 중앙홀딩스와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핵심 계열사가 줄줄이 법원에 회생 신청을 내는 촌극이 벌어졌다.

​상식적으로 그룹 전체를 흔들 규모의 유동성 위기가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질 리 만무하다. 수백억 원의 차입금 상환 압박과 곪아 터진 재무 건전성은 수개월 전부터 감지됐을 가능성이 높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열린 JTBC 등 중앙그룹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회생 절차 개시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재근 J&K법률세무사무소 변호사는 "대규모 차입금의 만기 구조와 유동성 경색은 재무제표의 현금흐름만 제대로 추적해도 충분히 경고등을 켤 수 있는 사안"이라며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보고서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기관 투자자나 특정 세력의 자금 회수(엑시트)를 돕기 위해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리포트를 내어 개인 투자자들을 유인한 이른바 '설거지(폭탄 돌리기)'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짙은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길우 ​법무법인LKS 변호사는 "만약 증권사들이 기업의 치명적인 악재를 알면서도 은폐하거나 축소한 채 매수 리포트를 냈다면, 이는 단순한 분석 실패를 넘어 자본시장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시세조종(주가조작) 및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제 공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해당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 징후를 정말 몰랐는지, 리포트 발간 과정에서 기업 측이나 특정 기관과의 부적절한 결탁이 있었는지 고강도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중론이다.

특히 보고서 발간 직전후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기관 및 외국인의 대량 매도(선행매매)가 없었는지 자금 흐름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봐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른다.

전대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면서 밸류업을 외치는 정부의 구호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시장의 신뢰를 밑바닥부터 파괴하는 기만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부도 직전의 기업을 우량주로 포장해 개미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증권사들의 무책임한 '매수 앵무새' 관행을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은 영원히 치유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파경제 김지현 기자(ababe1978@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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