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애경, 제주공항 참사 이후 고개 숙였지만…'불매' 꺼내든 여론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1-01 09: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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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여객기 참사…안전보다 수익 앞세운 항공 경영 도마 위
뒤늦은 사과에 쏟아진 비판
가습기 살균제 악몽 재현되나…확산되는 불매 운동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왼쪽부터)와 채형석 애경 총괄부회장이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유가족 대기실을 방문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제주항공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추락 사고로 179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모기업 애경그룹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책임 기업이라는 점이 재조명되며, 항공업계 최대 참사를 계기로 기업 전반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 최악의 여객기 참사…안전보다 수익 앞세운 항공 경영 도마 위

29일 오전 9시 3분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은 무안국제공항 착륙 과정에서 세 차례 충격을 받고 폭발했다.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탑승했으며, 생존한 승무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일 오전 8시 57분 관제탑은 기장에게 버드스트라이크(새 떼 충돌) 주의 경고를 했다.

2분 후 기장이 구조 신호인 '메이데이'를 보냈고, 연이은 충격으로 기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무엇보다 사고기는 직전 48시간 동안 공항 8곳을 오가며 13회 운항했다.

각 운항 사이 정비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30분에 불과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정한 '이륙 정비 최소 시간' 28분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제주항공의 항공기 월평균 가동 시간은 올해 3분기 기준 418시간으로, 대한항공(355시간)보다 18% 많았다.

특히 제주항공은 자체 항공정비(MRO) 시설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사진=애경그룹)

 

◇ 뒤늦은 사과에 쏟아진 비판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사고 발생 11시간이 지난 29일 밤에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마저도 언론에 이메일로만 전달돼 유가족과 대중의 공분을 샀다.

장영신 회장은 사과문에서 "신속하게 사고를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주항공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 회장의 장남이자 2세 경영인인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현장에서 유족들에게 사죄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왜 이제 왔느냐"며 항의했다.

더욱이 채 부회장은 과거 회사 공금 유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어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 삼거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주최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퓨 제품피해 국가책임 민사소송 2심 판결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사회자가 관련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가습기 살균제 악몽 재현되나…확산되는 불매 운동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애경그룹 계열사 브랜드 리스트와 함께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글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이는 항공업계 최대 참사에 대한 기업의 안전 불감증과 늑장 대응이 도화선이 됐다.

불매운동의 주요 대상은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이다.

애경산업은 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 등 화장품 브랜드부터 순샘, 트리오, 2080 등 생활용품 브랜드까지 폭넓은 소비재를 보유하고 있다

애경그룹의 책임론이 부상하며 주가도 급락했다.

제주항공은 전날 8.65% 하락했고, 지분 50.37%를 보유한 AK홀딩스는 12.12% 미끄러졌다.

애경산업도 4.76% 하락하며 그룹 전반으로 타격이 확산됐다.

특히 애경그룹은 유해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98명에게 폐질환 등을 유발하고 이 가운데 12명을 사망케 한 혐의로 지난 2019년 기소된 바 있다.

 

관련 재판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며, 이번 항공기 참사로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책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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