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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스위스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바르셀로나) 김동현 특파원] 하룻밤 사이에 '22조원'이 증발했다. 유동성 위기에 놓인 스위스 투자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최대 은행 유니언뱅크오프스위스(UBS)에 인수되면서 급한 불은 껐으나, 그 피해는 고스란히 CS 신종자본증권 'AT1'에 투자한 채권자들이 보게 됐다.
AT1은 은행 재무가 악화됐을 때 채권 보유자가 손실을 떠안는 채권이다.
일반적으로 전문 채권 투자자 또는 헤지펀드가 보유하지만, 아시아의 소매 및 자산관리 투자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현재 전세계 AT1 채권 시장 규모는 2750억 달러(약 357조8850억 원)로 추정된다.
스위스금융감독청(FINMA)은 이날 UBS의 CS 인수와 관련해 “CS의 채권 가운데 160억스위스프랑(약 173억달러·약 22조4700억원) 규모 AT1을 모두 상각 처리했다”고 밝혔다. CS의 ATI을 회계상 손실처리, 채권 가치가 사실상 ‘제로’가 됐다는 의미다.
주식보다 위험성이 낮은 채권에서 이례적으로 거액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유럽 채권 시장에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핌코, 인베스코, 블루베이펀드 등을 비롯한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CS AT1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UBS의 CS 인수 결정 이전에 AT1 보유량을 축소하거나 전량 매각했는지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AT1 채권의 가치가 제로로 추락한 것과 관련해 일부 회사채 투자자로부터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파산시 변제 우선 순위를 보면 일반적으로 AT1 채권이 보통 회사채보다는 낮지만 주식보다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스위스 정부인 국립은행은 이번 딜을 위해 UBS에 최대 1000억 스위스프랑(약 141조원)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UBS의 인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최대 90억 스위스프랑의 손실 보증도 해주기로 했다. 예상치 못한 우발채무가 나오면 최대 13조원은 보증해주겠다는 의미다.
알파경제 김동현 (press@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