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정조준, 반도체는 전략적 줄타기
무역법 '301조' 관세가 아니라 협상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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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기훈 전 코트라 부사장 겸 기술혁신과 무역포럼 회장. (사진=알파경제) |
[알파경제=우기훈 전 코트라 부사장 겸 기술혁신과 무역포럼 회장]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귀환과 함께 한국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는 단순한 관세 압박이 아니다. 미국이 꺼내든 카드는 ‘무역법 301조(Section 301)’다.
이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문제 삼아 조사와 협상을 거쳐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미국 통상법의 핵심 도구다.
겉으로는 법적 절차에 따른 통상 분쟁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자국 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활용하는 전략적 협상 수단에 가깝다.
◇ 관세보다 더 무서운 ‘불확실성의 시간’
많은 사람들은 관세율 자체에 주목한다. 그러나 기업들에게 더 치명적인 것은 불확실성의 시간이다.
보편 관세가 모든 국가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경기장이라면, 301조 조사는 특정 산업을 겨냥하는 선별적 압박 수단이다.
조사가 시작되면 공청회와 협상, 판정 절차를 거쳐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기업들은 전략적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수출 전략을 다시 짜기도 쉽지 않고, 대규모 투자 역시 미루게 된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사실상 경영의 시계를 멈춘 채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결국 기업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관세 자체가 아니라 지리한 불확실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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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자동차는 정조준, 반도체는 전략적 줄타기
이번 조사에서 가장 민감한 분야는 한국의 대미 흑자 산업인 자동차와 철강으로 보인다.
미국 내 경쟁 기업이 존재하고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기 때문에 이들 산업은 통상 압박에 가장 취약하다.
301조 조치가 실제 관세로 이어질 경우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을 분야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까지 맞물리면 한국 기업들은 현지 투자 확대나 생산 이전 요구라는 또 다른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반도체 산업은 보다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 역시 한국 반도체 없이 자국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면적인 제재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대신 기술 이전 요구나 추가 투자 압박과 같은 비관세 장벽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관세보다 더 교묘한 통상 압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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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무역법 ‘301조’ 관세가 아니라 협상 도구
이번 사안을 이해하려면 미국 통상법의 구조를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통상 도구를 사용한다.
- 무역법 301조: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보복
- 무역확장법 232조: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관세
- 무역법 201조: 수입 급증에 대한 긴급 수입 제한 조치
이 가운데 301조는 특히 협상 압박 수단으로 자주 활용된다.
지난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역시 301조 조사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목표는 단순한 관세 부과가 아니라 중국의 산업 정책과 기술 전략을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이번 조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301조의 핵심은 관세 자체가 아니라 협상을 통해 투자와 공급망 재편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통상 대응은 국가 전략의 문제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통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관련 협회 그리고 정부가 분리된 방식으로 움직여서는 한계가 있다.
301조 분쟁은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의 피해 주장에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 내 이해 관계자들과의 협력, 공급망 협상, 투자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통상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통상은 경제이면서 동시에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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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 지금 필요한 것은 불확실성 관리
다행히 실제적인 통상 협상과 논리를 주도하여 할 지금의 한국 정부의 통상 교섭 라인은 만만하지 않다. 어느 때 보다 전문성이 높다는 생각이다.
통상 문제 해결 과정에서 기업 역시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더 많은 부담을 질 것인지를 따질 때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기업들을 건져내는 일이다.
철저한 데이터와 논리로 미국의 주장에 대응하고, 동시에 전략적 협상을 통해 산업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고비를 넘지 못한다면 한국 산업의 경쟁력 자체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시론_우기훈 전 코트라 부사장 겸 기술혁신과 무역포럼 회장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