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선 막차 탄 식품업계, 정권 공백 사각지대서 가격 올리기 '비판'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8 08: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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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식품업계 '마지막 기회' 잡기 총력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커피를 고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동서식품을 비롯해 식품업계의 연쇄적 가격 조정이 제21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 집중되면서 '정권교체 막차 타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2·3 계엄사태 이후 정부의 물가 관리 체계가 마비된 틈을 이용해 기업들이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 대선 앞두고 식품업계 '마지막 기회' 잡기 총력전?

커피믹스 시장 90% 이상을 장악한 동서식품은 지난 23일 맥심 모카골드·카누 아메리카노 등의 출고가를 30일부터 평균 7.7%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 만의 조치로, 누적 인상률이 16.6%에 달한다.

당시 동서식품은 맥심과 카누 등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올렸다.

특히 이번 가격 인상은 6월 3일 대선을 불과 4일 앞둔 시점이다. 

 

소비자 판매가는 6월부터 유통채널을 통해 순차 적용될 예정이어서 새 정부 출범 후 본격적인 가격 충격이 나타날 전망이다.

식품업계의 '막차 인상'은 동서식품에 그치지 않는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는 29일부터 커피 가격을 최대 300원 올린다. CJ푸드빌 뚜레쥬르도 아메리카노 등 32개 메뉴를 30일부터 100~500원 인상한다.

이는 1월 스타벅스, 3월 투썸플레이스 인상과 달리 선거 직전인 5월 말에 집중된 의도적 타이밍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21일 메가MGC커피가 10년 만에 아메리카노 가격을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린 것도 대선을 2개월여 앞둔 시점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선 후 새 정부가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가격 인상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실상 대선 직전이 가격 조정의 마지노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동서식품 제품. (사진=연합뉴스)


◇ 물가 감시망 마비 노렸나

12·3 계엄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이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제부총리 사퇴와 정부 리더십 공백 상황에서 물가 관리 감시 체계가 사실상 마비된 틈을 노렸다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월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4.1%로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에도 3.6%를 나타내며 2023년 12월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이는 정치적 혼란기 동안 식품업계가 일제히 가격을 올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농심은 3월 17일 신라면 등 17개 브랜드를 평균 7.2% 인상했고, 오뚜기도 4월 1일 진라면 등 16개 제품을 평균 7.5% 올렸다.

롯데웰푸드, 빙그레, CJ제일제당, 동원F&B,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도 3~4월 중 연쇄 인상에 나섰다.
 

3대 저가 커피 브랜드 (메가MGC커피·컴포즈커피·빽다방) 매장. (사진=연합뉴스)


◇ "커피 한 잔도 부담"…소비 패턴까지 바꾼 식품 인플레이션

기업들은 아라비카 원두 가격의 연간 80% 상승, 카카오 가격의 4배 급등, 원·달러 환율 상승을 가격 인상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이 일방적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연쇄적 가격 인상으로 인한 가계 부담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 직장인은 "아침, 점심 커피가 일상이었는데 가격이 오르다 보니 한 잔으로 줄이려 한다"며 소비 패턴 변화를 언급했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식품 가격 연쇄 인상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K푸드의 해외 인기로 식품기업 실적 호조가 예상되고 주가도 오르는 상황에서 연쇄 가격 인상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기업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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