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한화에어로, 3.6조 유상증자 논란…상법 개정 전 승계 작업?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3-24 08: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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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3.6조 증자…"흑자에도 주주 호주머니 턴다"
김동관 승계 작업 본격화?
한화에어로 유증, 상법 개정 앞두고 '의도적' 타이밍?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진=한화)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방위산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하면서 증권가와 투자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회사 측은 글로벌 방산·조선 거점 확보 등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서는 김동관 부회장 중심의 경영 승계 작업이자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시행 전 선제 대응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 사상 최대 3.6조 증자…"흑자에도 주주 호주머니 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발행 주식수는 595만5천주, 증자 비율은 13.05%다. 이는 국내 증시 역대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다.

회사 측은 해외 방산 1조6000억원, 국내 방산 9000억원, 해외 조선 8000억원, 무인기용 엔진 3000억원 등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자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상태를 고려할 때 유상증자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1% 급증한 1조7319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2조9677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수주잔고가 61조9146억원에 이르러, 향후 창출될 이익만으로도 투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결 영업이익 3조5000억원과 이후의 꾸준한 이익으로 투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유상증자를 자금조달 방식으로 택한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한 주주는 "돈을 잘 벌어서 주가가 올랐는데 실컷 번 돈으로 한화오션 지분 매입에 1조원 넘게 사용하고, 이제 돈 없다면서 주주들 호주머니를 털려고 3조6000억원을 내놓으라고 한다"면서 "주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사업장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

 

◇ 김동관 승계 작업 본격화?

더욱 의혹을 키우는 것은 유상증자 발표 직전인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김동관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계열사인 한화에너지(1236억원)·한화에너지싱가포르(2884억원)·한화임팩트파트너스(8880억원)로부터 한화오션 지분 7.3%를 약 1조3000억원에 매입한 사실이다.

지난 13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이루어진 이 거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현금 유출로 이어졌고, 이 자금은 다시 한화에너지로 유입될 예정이다.

주목할 점은 한화에너지가 최근 IPO 준비에 착수했다는 사실이다. 이 회사는 한화 지분 14.9%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로,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계열사를 간접 지배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한다.

유상증자의 방식도 의심을 키운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은 최대주주인 한화가 지분을 방어하거나 오히려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화가 적극 참여할 경우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 라인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법적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다. 김승연 회장(22.65%)과 세 아들의 지분은 차이가 크다. 김동관 부회장은 4.91%, 동생들은 각각 2.14%에 불과해 승계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하는 방산·조선·우주항공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통합하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승계 준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외 경쟁사들과 수주전에서 주요 평가 요소인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차입이나 채권발행 대신 유상증자를 통한 투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 한화에어로 유증, 상법 개정 앞두고 '의도적' 타이밍?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상법 개정을 앞둔 시점에 이루어진 것도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공교롭게도 삼성SDI도 지난 14일 2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는데, 이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튿날이었다.

최근 개정된 상법은 기업 지배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액 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여러 조항이 바뀌었다.

특히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향후 유상증자와 같은 의사결정에 대해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더욱 중시해야 할 법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 이후에는 주주 가치를 희석시키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해 이사회가 주주들로부터 더 엄격한 책임을 추궁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개정 시행 전에 서둘러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장기적으로 상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주주 소송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이런 대규모 자금 조달 방식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상법 개정이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유상증자 등 자본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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