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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차혜영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공정의 핵심 장비인 TC본더를 공동 개발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온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간에 균열이 발생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최근 SK하이닉스 공장에 파견된 고객서비스(CS) 엔지니어 수십명을 철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최근 한화세미텍의 TC본더를 구매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평가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의 HBM 생산라인에 배치된 CS 엔지니어 수십 명을 철수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SK하이닉스에 납품된 TC본더 100여 대의 유지보수 및 긴급 상황 대응을 담당해왔다.
더불어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TC본더 가격을 28%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는데, 이는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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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TC본더 (사진=연합뉴스) |
TC본더는 D램을 적층해 HBM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열과 압력을 가해 D램을 결합하는 핵심 장비로, HBM 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반도체 장비 업체의 CS 엔지니어 철수 및 가격 인상 통보는 매우 이례적 조치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달 한화세미텍으로부터 420억원 규모의 TC본더 12대를 구매한 것이 갈등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HBM용 TC본더 시장의 '터줏대감'인 한미반도체는 후발주자인 한화세미텍의 시장 진입과 확대를 두고 견제 수위를 높이며 신경전을 펼쳐왔다.
실제로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후발업체인 ASMPT, 한화세미텍과는 상당한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면서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받은 한화세미텍도 결국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 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미반도체가 TC본더 특허 침해 혐의로 한화세미텍을 제소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오랜 협력사 대신 후발 주자를 선택한 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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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공장. (사진=연합뉴스) |
일반적으로 제조 기업은 부품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복수 공급사 체제를 구축한다.
이는 특정 공급 업체의 생산 차질 발생 시에도 부품 공급을 유지하고,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하여 납품 단가를 낮추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TC본더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한미반도체와의 '8년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50조원 규모로 성장한 HBM 시장을 함께 개척해온 두 회사의 갈등이 대한민국 HBM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알파경제 차혜영 기자(kay3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