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정희민號 포스코이앤씨, 신안산선 사고 전 기둥 파손 인지에도 공사 강행 논란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4-15 08: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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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경고 무시된 '예견된 참사'
포스코이앤씨, 반복되는 '안전사고'
정희민, '안전 강조' 무색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14일 구조대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현장에서 발생한 터널 붕괴 사고를 둘러싸고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체계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발생한 이번 사고는 17시간 전 터널 중앙 기둥 파손이 확인됐음에도 보강 작업이 진행됐으며, 감사원이 이미 2년 전 해당 구간의 지반 불안정성을 경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 사전 경고 무시된 '예견된 참사'

신안산선 5-2공구 붕괴 사고는 발생 훨씬 이전부터 여러 차례 경고음이 울렸던 '예견된 참사'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를 통해 입수한 최초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발생 17시간 전인 10일 오후 9시 50분경 터널 중앙 기둥에 심각한 파손이 있음을 이미 인지했다.

이러한 치명적 위험 신호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작업자들을 현장에서 일시 대피시켰다가 다음날인 11일 오전 4시 전문가들과 현장 안전 진단을, 오전 7시부터는 보강 작업을 진행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하터널 기둥 파손은 이미 붕괴가 시작됐다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2023년 1월 발표한 '광역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서 이미 "신안산선 제5공구는 터널 시점으로부터 약 19km 떨어진 구간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지반이 '매우 불량' 상태인 5등급"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감사원은 이런 취약한 지반 조건에도 터널 설계에 핵심적인 안전 구조물인 '인버트(Invert)'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인버트는 터널 바닥 부분에 설치되어 터널 단면을 폐합시키는 구조물로, 특히 연약하거나 불안정한 지반에서 지반 융기나 터널 구조의 변형 및 파괴를 막는 필수적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시공사 측은 "당시 감사원 의견에 따라 설계에 인버트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또한 2019년부터 2020년에 걸쳐 진행된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서도 터널 공사로 인한 대규모 지하수 유출 가능성과 이에 따른 지반 침하 우려가 제기됐다.

이처럼 프로젝트 초기부터 여러 기관이 지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이번 사고는 이런 경고들이 실질적인 안전 강화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13일 구조대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포스코이앤씨, 반복되는 '안전사고'

신안산선 붕괴 사고는 포스코이앤씨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해온 안전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27일부터 2024년 3월 30일까지, 포스코이앤씨 사업장에서는 다섯 번의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약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평균 5개월마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정희민 대표이사의 취임 이후에도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1월 취임 직후인 같은 달에 경남 김해시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를 맞닥뜨렸다. 그리고 취임 약 100일 만에 이번 신안산선 붕괴라는 대형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포스코이앤씨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들의 유형을 살펴보면 더욱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2023년 8월 인천 연수구 아파트 공사장에서는 작업자가 갱폼 인양 작업 중 추락해 사망했고, 같은 해 1월 서울 서초구 공사현장에서는 노동자가 철 구조물에 깔려 사망했다.

8월에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감전돼 사망했으며, 10월에는 신안산선 다른 공구인 4-1공구에서 철근 낙하로 인한 사망 사고가, 11월에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재건축 공사장에서 폭설로 보행로 지붕이 무너져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행인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들은 대부분 추락, 깔림, 감전 같은 '재래형 사고'로, 기본적인 안전 수칙과 관리만 철저했어도 얼마든지 예방 가능했던 것들이다.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건설사별 사망사고 통계에서 포스코이앤씨는 5명으로 대우건설(7명)에 이어 GS건설과 함께 2위를 기록했다.

이는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사진=포스코이앤씨)


◇ 정희민, '안전 강조' 무색

포스코이앤씨는 대외적으로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라는 경영 이념 아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정희민 사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호와 실제 현장의 안전 관리 실태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존재한다.

사고 배경에는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이라는 현실적 압박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안산선 복선전철은 2019년 9월 착공해 당초 2025년 4월 개통이 목표였으나, 공사 지연으로 2026년 12월 이후로 개통이 연기된 상황이었다. 일정 지연을 만회하기 위한 무리한 공사 진행이 안전 관리 소홀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안산선 개발사업은 포스코이앤씨에게 갖는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이 사업은 포스코이앤씨가 대표사로 참여하는 합작공사 중 최대 규모로, 총도급액 4조2784억원에 포스코이앤씨 몫은 1조5369억원(연결기준 차지 지분율 36.0%)에 달한다.

정희민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신안산선 사업으로 축적된 대심도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교통망 지하화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강조할 만큼 회사의 핵심 사업이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12일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받을까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등 중대산업재해가 일어났을 경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직접 형사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찰은 실종자 구조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시공사 포스코이앤씨와 시행사 넥스트레인을 상대로 부실 공사 의혹과 붕괴 전후 작업자 투입 과정의 문제 여부 등을 본격 수사할 방침이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특별안전감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희민 대표이사가 이끄는 포스코이앤씨는 상록타워아파트 리모델링 사업과 1조3천억 원 규모의 성남 은행주공 수주에 성공하는 등 도시정비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고급 아파트 브랜드 '오티에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울 핵심지역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연이은 안전사고와 중대재해 발생은 포스코이앤씨의 브랜드 가치와 수주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신안산선 붕괴 사고를 계기로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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