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 용인 반도체 산단 공사 단독 입찰?…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까지

차혜영 기자 / 기사승인 : 2025-05-21 08: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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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감도. (사진=한국토지주택공사)

 

[알파경제=차혜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조4000억원 규모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1공구 조성 공사 재입찰에서도 높은 참가 기준을 유지해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발주처가 제시한 입찰 자격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가 현대건설 컨소시엄뿐이라는 이유에서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 20일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1공구 조성 공사 입찰을 재공고했다.

지난달 진행된 1차 입찰에서 현대건설 컨소시엄만 단독 참여하는 형태가 돼 경쟁 입찰이 성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1차 입찰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각각 팀을 꾸려 참여했다.

현대건설은 GS건설·대보건설·금호건설·강산건설·유호산업개발·씨앤씨종합건설 등과, 대우건설은 남광토건·극동건설·태영건설·중흥토건 등과 연합군을 형성했다.

그러나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에서 실격 처분을 받았다.

LH가 PQ 공사이행능력부문 평가 기준으로 '단지 조성 공사 실적 1조3814억원'을 제시했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4점 만점에 기준액 이상이면 만점, 80% 이상은 30점, 60% 이상은 26점, 40% 이상은 22점을 주는 방식이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통과 기준점수인 93점을 크게 밑돌았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93점을 넘었다고 알려졌다.

LH가 이번 재입찰에서도 1차 때와 동일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경쟁 입찰이 성립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입찰 기준 자체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대규모 공공 공사의 경우 경쟁입찰이 어려워지면 기준을 낮추거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다른 업체의 참여를 유도했던 사례가 있다.

사업비 10조5000억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평가 기준을 공항 800억원 이상, 항만 900억원 이상, 교량 2400억원 이상 실적을 보유하면 시공경험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2차까지 지원 업체가 1곳에 그치자 공동수급 허용 건설사 수를 늘리고 공사 기간도 연장했다.

LH도 구리갈매역세권, 성남금토 등 공공주택지구 조성공사에서는 평가 기준을 금액이 아닌 면적으로 제시해 입찰 문호를 넓힌 바 있다.

PQ 실격 후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LH에 평가기준 완화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1차 입찰에서 경쟁이 안 됐는데 재공고까지 같은 기준으로 한 것은 통과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겠다는 뜻이 강하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LH는 "현 PQ 기준은 초대형 공사 규모와 특성을 감안할 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는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이동읍 일대 약 778만㎡(235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LH가 이번에 발주한 1공구 조성공사는 494만㎡ 부지에 토공, 관로공, 배수지, 옹벽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해당 부지에는 추후 반도체 제조공장과 발전소, 소부장 협력기업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LH는 늦어도 오는 10월 초 1공구 조성을 담당할 건설사업자를 확정하고, 총 2개 공구로 나눠 이 국가산단 조성공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착공해 2031년 준공한다는 방침이다.

 

알파경제 차혜영 기자(kay3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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