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SVB 사태,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를까

임유진 / 기사승인 : 2023-03-17 10: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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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경제=임유진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발 공포 심리가 퍼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SVB 파산에 이어 세계적 투자은행인 스위스의 크레디트 스위스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현재 상황과 2008년 상황을 비교해 볼 때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 훼손에 따른 뱅크런은 유사하다. 다만 2008년과는 모기지 관련 채권에 차이가 존재하며, 거시적인 환경도 달려졌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사진=연합뉴스)

 


◇ 금융시스템 신뢰 훼손...유동성 위기 루머와 파산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의 유동성 위기설로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전일 대비 24.24% 하락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전날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작년 회계 내부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을 발견했으며, 고객 자금 유출이 아직 계속되는 상태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추가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시장 우려를 키웠다.

미국 중소은행인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잇따른 붕괴 이후 미 당국의 적극적 대응에 SVB 사태는 일단락 되는 듯 보였지만, 규모가 큰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설로 다시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와 유사한 흐름이다. '뱅크런'이 미국 본토 내에서 벌어진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이번 사태는 2008년 발생한 은행 위기와 마찬가지로 신뢰 훼손이 나타나고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 위기의 전조 중 하나는 뱅크런인데, 그 이유는 위기의 본질이 은행에 예금을 찾기 위해 달려가야 할 정도로 신뢰가 무너져 버린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이번 사태가 최종적으로 건전성 관리가 취약한 기타 지방 중소 은행의 자금 이탈로 번질 수 있으며, 특히 미국 내 스타트업계의 자금 경색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리만 브라더스 부도 발생 정확히 6개월 전인 2008년 3월 베어스턴스가 파산했다. 파산 직전 베어스턴스의 BIS비율은 13.5%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8년 2월 초 시장에 베어스턴스가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지 않다는 루머가 퍼졌고, 2008년 2월 중순부터 3월 13일까지 20일간 130억 달러의 유동성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김 센터장은 "뱅크런 형태의 유동성 리스크는 전염력이 높아 약간의 문제만 발생해도 정상적인 은행까지 붕괴시킬 파괴력이 있다는 점"이라고 시사했다.
 

출처=신한투자증권

 

◇ 모기지 관련 채권 손실 반영과 정부보증 차이

하지만 2008년과 비교해 금융 시스템이 안정됐고, 사태 양상도 다르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2008년 금융위기는 리만 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됐다. 은행이 보유한 모기지 관련 채권의 부실화가 핵심이었다.

저신용·저소득 대상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유동화증권이 파생상품화되며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돼 은행이 보유했지만, 부동산 시장 위축과 함께 모기지 대출이 부실화되자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모기지유동화증권뿐만 아니라 파생상품이 동반 부실화되며 은행 자산을 악화시켜 건전성을 훼손했다.

하지만 SVB 사태는 시장금리 급등으로 인한 은행의 미실현손익 급증에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미국 은행들의 매도가능증권과 만기보유증권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은 6200억달러로 1년 전 80억달러 손실에서 급증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도가능증권 및 만기보유증권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은 만기에는 같은 가격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매도를 통해 평가손실을 확정하기 전까지 실제 손실이 아니다"라며 "최근 모기지 시장은 프라임 중심의 정부보증기관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에 2008년과는 양상이 다르다"라고 평가했다.

출처=신한투자증권

 

◇ 2008년 대비 금융 거시 환경 양호

 

금융시장의 거시적인 환경도 다르다.

우선 2008년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정책 당국의 규제 강도가 높아져 기타 은행지주회사 등 대형은행의 Tier 1 자본비율은 2022년 2분기 11%대로 올라왔다.

고유동성 자산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동반됐다. 전체 자산에서 현금과 지급준비금 등 고유동성자산 비중은 2008년 6%에 불과했으나 현재 평균 19%까지 늘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전후 타이트해진 유동성 여건과 달리 현재는 유동성 경색 조짐이 관찰되지 않는다.

하건형 연구원은 "금융 불안에도 유동성 경색이 나타나지 않는 배경엔 대기성 단기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각 은행들의 지급준비금/총자산 비율은 현재 10% 내외로 유동성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알파경제 임유진 (qrqr@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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