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감독하는 금감원, 도리어 '리스크' 됐다…우리금융 평가 유출 논란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3-25 08: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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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전 회장 일가의 부당 대출과 관련한 내부통제 실패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으로 강등됐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논란은 비공개가 원칙인 평가 결과가 우리금융지주에 공식 통보되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를 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오히려 금융기관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 "내부통제" 강조하는 금감원, 정작 자체 정보 관리는 '구멍'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이번 우리금융지주 평가 결과는 해당 기관과 금융위원회에 공식 통보되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지난 17일 일부 언론에서 우리금융지주의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금감원은 특이하게도 곧바로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아직 통보되지 않았으며 이번 주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검사제재규정에 따르면 제재가 확정되기 전에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 이번 정보 유출은 금감원 스스로 규정 위반 소지를 만든 셈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추측성 기사들이 나온 것은 말 그대로 추측성 기사일 뿐, 어디서 관련 내용을 입수 했는지 전혀 모른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보도설명자료에서 "이번 주 중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언론 보도를 확인해 준 셈이 됐다.

이러한 정보 유출은 전례가 없는 일도 아니다. 지난해 8월 카카오페이는 금감원의 개인정보 유출 혐의 검사 결과를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 석 달 만에 '졸속 심사' 논란

경영실태평가 속도도 이례적이었다.

금감원이 정기 검사를 마치고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내기까지 통상 1년 안팎이 걸린다. 그러나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정기 검사가 종료된 지 3개월 만에 등급이 결정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편입 건의 등급 산정이 필요했는데 직전 등급이 21년도 자료였다"며 "지나치게 오래된 자료이다 보니 최근 자료를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통상적으로 장기간이 걸리는 이유는 검사가 경영실태평가만 하는 게 아니라 위규 사항들 검사를 같이 병행하기 때문"이라며 "경영실태평가 자체는 검사원들이 집중해서 하면 불가능한 기간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검사 결과에 '매운맛'을 예고하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낸 후 단기간에 등급이 결정되면서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평가가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리은행 부당대출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부당대출 감시 실패에서 정보 유출까지

이번 사태는 금감원이 금융기관의 내부통제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감독 의무는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금감원이 지난해 현장 검사 직후 우리금융 전 회장에게 의심스러운 대출이 나갔다고 밝힌 기간은 2020년 4월 3일부터 2023년 1월 16일이다. 이 기간에 금감원은 종합검사와 수시 현장검사를 각각 진행했으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우리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진행된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이 부당대출이 본격적으로 실행된 시점이었다는 점이다.

검찰이 핵심 대출 건으로 지목한 전 회장 처남 관련 A법인의 대출이 2021년 11월 30억 원, 다음 달 4억 원 실행됐고, 이듬해 봄에는 위조된 서류로 처남 회사에 19억 원의 부동산 담보대출이 나갔다.

금감원 측은 이에 대해 "당시 여신 검사를 보지 않았던 것도 있고, 검사를 나가서 많은 은행의 많은 부분에 대해 확인하고 점검을 하지만, 저희 목적은 개별 여신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것이 은행 검사의 주된 목적은 아니고 은행의 건전성이라든지 리스크 관리 실태 같은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검사"라고 해명했다.

무엇보다 손태승 전 회장에게 처남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최초 보고된 시점은 2018년이었다. 당시 금감원에도 관련 제보와 민원이 수차례 접수됐다.

그러나 금감원은 "처음 들어온 민원은 열흘 만에 취하된 바람에 조사 안 했다"면서 "두 번째와 세 번째 민원은 우리 관련이 아닌 세금 관련 사항이라 관계기관에 이첩하고 끝냈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2014년 업무 관행 개혁을 통해 50억 미만 개별 여신은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등에서 은행원들이 외부인과 공모해 '사고성 여신'을 받는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부터는 정기검사에서 개별 여신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우리금융지주 사례는 금융감독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를 감독하는 금감원이 오히려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는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보도가 없었으면 훨씬 더 조용하고 저희가 기준을 만들고 차분하게 업무 처리를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저희 내부통제 실패의 문제인지, 다양한 소통 과정에서의 관리의 부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을 다시 한번 잘 챙겨보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 하락은 현재 추진 중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사를 사전에 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뒷북 제재에 집중하며 시장을 흔든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사후 저승사자'가 아니라 위험을 미리 다스리는 '방패'로서 금융 안정에 책임지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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