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빽햄 던지면 맞으려 했다"…더본코리아, 백종원 사과도 못 막은 바닥 모를 하락세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4-01 08: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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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을 향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더본코리아가 상장 불과 몇 개월 만에 원산지 허위 표시부터 백종원 대표의 부적절한 언행까지 수많은 논란에 휘말리며 주가는 폭락했다.


백종원 대표가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주가 반등은 일시적에 그쳤고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사진=JTBC)


◇ 상장 신화에서 주가 낙폭 대장주로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11월 6일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당일 장중 공모가(3만5000원)보다 2배 가까이 높은 6만4500원까지 치솟으며 '외식 대장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화려한 데뷔와 달리 이후 행보는 불안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의무보유 확약을 하지 않은 물량을 매도하면서 불과 한 달여 만에 3만원대로 추락했다.

상황을 악화시킨 건 올해 초부터 불거진 각종 논란이었다.

빽다방에서 시작된 원산지 허위 표시 문제는 더본코리아 전반으로 확산됐다.

백종원 대표는 빽다방 제품 원산지 허위광고 의혹으로 입건됐고, '더 신촌스 덮죽'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견됐다. '자연산 새우'를 사용했다고 광고했으나 실제로는 베트남산 양식 새우였던 것이다.

원산지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빽다방은 '우리 농산물 우리 빽다방'이라는 문구로 '쫀득 고구마빵'을 홍보했으나, 중국산 고구마가 일부 포함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내 농가를 돕는다며 소개한 간편식 닭 제품에는 브라질산 닭이 사용된 점도 뒤늦게 알려지며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렸다.

법적 문제도 이어졌다. 충남 예산경찰서는 더본코리아와 백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는 예덕학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더본코리아 백석공장이 농지전용 허가 없이 창고를 불법 사용한다는 의혹과 예덕학원이 운영하는 예산고등학교 급식소가 임야로 등록된 땅에서 불법으로 운영됐다는 내용이다.

이런 연이은 논란 속에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증권사를 통해 더본코리아 주식을 보유한 1만8115명의 투자자 중 손실을 본 비율은 무려 99.99%에 달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언론 앞에서 입장 표명 및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백종원 첫 주총서 결국 사과

급격한 주가 하락과 각종 논란 속에 백종원 대표는 지난 28일 열린 상장 이후 첫 정기주주총회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창립 이래 최고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거진 원산지 표기 문제 등으로 주주님들께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백 대표는 자신의 경험 부족을 인정했다. 그는 "저도 사실 상장이 처음이라 회사가 성장하고 수익을 잘 내면 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면서 "기업 규모에 맞는 개편을 통해 상장사에 걸맞는 모습과 조직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과 중간 백 대표가 보인 일부 발언은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불렀다.

그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주주분들이 뭐라도 던지면 맞으려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는 주주총회 전 온라인상에서 "빽햄 던지겠다", "농약살포통 메고 가겠다" 등 소비자들의 질타를 의식한 발언이었으나, 주가 폭락으로 손해를 본 주주들 앞에서의 농담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더욱 논란이 된 건 "주주총회에 꼭 가야 하느냐고 물어봤다. 원래 제 성격상 지금 산불 난 곳 가서 밥해 주고 그래야 한다"는 발언이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고성·속초산불, 무안공항 참사 등에는 얼굴도 비추지 않더니 이제 와서 저러느냐", "산불은 주총 이전에 났는데 지금껏 안 가고 뭐 했냐", "국가재난도 자기 이미지 만들기 위한 도구 취급한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백 대표는 또한 지역 축제에서 농약 분무기를 조리 과정에 사용해 논란이 된 것을 의식한 듯 "무조건 서두를 게 아니라 안전이 완전히 담보될 수 있게 준비해 지역 분들에게 희망이 되도록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29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백 대표가 사용한 것과 같은 농약통의 내부에서 녹과 구리스가 발견됐다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사진=연합뉴스)


◇ 일시적 반등 그친 주가

백종원 대표의 주주총회 사과 이후인 28일, 더본코리아 주가는 4.34% 상승한 3만50원에 장을 마쳤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반등에 그쳤다.

바로 다음 거래일인 31일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1100원(-3.66%) 하락한 2만89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백종원 대표의 사과로 주가가 단기 반등했지만, 여전히 상장 당시 종가(5만1400원)의 60% 수준에 머물러 있는 만큼 단순한 사과만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더본코리아는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도 보였다. 차등배당 정책을 통해 최대 주주인 백종원 대표에게는 1주당 200원, 일반주주에게는 주당 3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주식 879만2850주를 보유하고 있어 17억5000여만원을 배당받게 되는 반면, 일반 주주들은 보유 594만4410주에 대해 17억8000여만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백 대표는 "오너 리스크도 맞다고 해야 하지만 이걸 기회로 삼겠다"며 해외 진출 확대 등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했다.

또 그는 "해외 사업을 굉장히 많이 전개하고 있다"며 한식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에서 상장 기업 대표로 변신한 백종원은 이제 자신의 개인 이미지가 기업 가치와 직결된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방송에서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모습과 달리, 상장사 대표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책임감과 체계적인 경영이 요구된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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