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세와 경영 능력은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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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IPO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스타 CEO'에서 '사과문 전문가'로 전락해버린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상장 5개월 만에 기업 위기 관리의 반면교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백 대표는 지난 15일 "이제 다 바꾸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뼈를 깎는 조직·업무 혁신"을 약속했지만, 기업 신뢰와 반토막 난 주가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장 이후 빽햄 함량 논란부터 시작해 농지법 위반, 원산지 표기 오류, 술자리 면접 논란까지 잇따른 문제가 터지면서 백 대표는 세 차례나 공식 사과를 했지만, 위기는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 더본코리아, 끝 없는 논란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코스피 상장 당시 공모가 3만40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최고가 6만4500원까지 치솟으며 '백종원 효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상장 직후부터 시작된 일련의 스캔들은 주가를 2만8000원대로 끌어내렸고, 손실 투자자 비율은 무려 99.89%에 달한다.
위기의 시작은 지난 1월 출시된 '빽햄' 선물세트였다. 소비자들은 프리미엄 가격에 걸맞지 않은 돼지고기 함량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 논란이 불씨가 되어 감귤 맥주의 실제 감귤 함량 문제로 번졌고, 이후 충남 예산군 백석공장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확대됐다.
농업진흥구역에 위치한 백석공장은 농지법에 따라 국산 농수산물만을 원료로 사용해야 하지만, 수입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생산했다.
이는 단순 실수가 아닌 농지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법규 준수 시스템이 부재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결국 백 대표는 원산지표기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되는 수모를 겪었다.
여기에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서 실내에 LP가스통을 설치하고 요리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으며, '우리 농가를 돕자'는 취지의 유튜브 영상에 수입산 닭고기가 원재료인 제품을 노출하는 등 위선적인 모습도 드러났다.
최근에는 임원의 여성 지원자 술자리 면접 녹취록이 공개되어 조직 문화의 심각한 문제점까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처럼 더본코리아는 상장 후 불과 4개월 만에 상장사로서 준수해야 할 기본적인 법규와 윤리적 기준을 여러 차례 위반했다.
상장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주주와 투자자에 대한 신인의무를 지니며,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어야 함에도 더본코리아는 이러한 기본 원칙조차 간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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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언론 앞에서 입장 표명 및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유명세와 경영 능력은 별개
백종원 대표의 상장사 CEO로서의 자질 부재는 3월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CFO(최고재무책임자)에게 주총을 꼭 나가야 하는지 물어볼 정도로 진짜 몰랐다"며 "제 성격상 지금 산불 난 데 가서 밥해줘야 하는데 (라고 말했다가) 아주 혼났다"고 실토했다.
이는 방송인으로서의 명성과 달리 상장사 대표로서의 기본 소양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또한 "상장을 하면 해외에 나가서 저희가 상장사니 저희 상품 믿으셔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는 발언은 상장의 의미와 책임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조차 부족했음을 방증한다.
상장은 단순히 기업 홍보를 위한 도구가 아닌 시장의 엄격한 검증과 규제 하에 놓이는 중대한 경영 결정이다.
이는 '스타 CEO'의 유명세가 실제 경영 역량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식품업계에서 '정직함'과 '신뢰'를 강조해온 백종원의 방송 이미지와 실제 운영 현실 사이의 괴리는 대중의 실망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유명인사의 이름값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은 양날의 검이다.
유명세는 초기 화제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위기는 더욱 증폭되고 확산된다. 더본코리아의 사례는 '오너리스크'가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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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28일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을 향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뒤늦은 '뼈 깎는 혁신', 실질적 변화 가능할지는
백종원 대표는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3월부터 세 차례의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고, 지난 15일에는 "이제, 다 바꾸겠습니다"라는 강도 높은 쇄신 약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사과 행보가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지난 3월 13일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용납할 수 없는 잘못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고, 같은 달 19일 빽햄 생산 중단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감시 시스템 도입을 약속했으나, 구체적인 책임 소재와 처벌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같은 달 28일 주주총회와 최근의 입장문에서는 백종원 대표 직속 감사 및 리스크 관리 전담 조직 신설, 홍보팀 별도 구성, 식품 안전 전담 부서 가동 등 조직 개편안을 구체화했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의 본질인 상장사로서의 기본 의무와 책임에 대한 인식 전환보다는 조직 구조 변경에 치중한 한계를 드러냈다.
위기관리 측면에서 더본코리아의 대응은 크게 미흡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첫 논란 발생 후 공식 사과까지 두 달 가까이 소요됐으며, 그마저도 위기 상황이 심화된 후에야 뒤늦게 이루어졌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위기 관리는 초기 대응 시간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더본코리아는 첫 논란 발생 후 공식 사과까지 두 달 가까이 소요되며 위기 확산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중대한 법규 위반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책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술자리 면접 논란에 대해서는 "해당 직원은 즉시 업무 배제 조치를 시켰다"고 밝혔지만, 농지법 위반 등 더 심각한 사안에 대한 책임 규명은 모호하게 처리됐다.
상장사의 위기 대응은 단순히 사과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 책임자 처벌,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 제시, 그리고 이행 결과에 대한 지속적인 보고가 수반되어야 한다.
더본코리아의 뒤늦은 '뼈 깎는 혁신' 약속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빈 약속에 그칠지는 앞으로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이번 더본코리아의 위기는 단순한 기업의 실수를 넘어, '스타 CEO'의 이름값으로 상장한 기업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