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합의로 산재 신청 철회…PE 업계 사회적 책임 논란은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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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앞에서 녹색당 관계자들이 런베뮤 노동자 사망 관련 정당연설회를 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기 위한 산재보험기금이 투입된 사모펀드가 과로사 의혹 기업을 첫 투자처로 선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출자 철회까지 검토했으나,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족과의 합의로 산재 신청은 취하됐지만, 사모펀드 운용사의 사회적 책임(ESG)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 산재기금 600억 투입 펀드, 첫 투자처서 과로사 의혹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지난 5월 산재보험기금으로부터 600억원을 포함해 총 9765억원 규모의 13호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다.
산업은행 1500억원, 국민연금 1500억원, 노란우산공제회 700억원, 수출입은행 700억원 등 공적 기금이 대거 참여했다.
문제는 이 펀드의 첫 투자처로 선정된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20대 직원의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JKL은 지난 7월 런던베이글 운영사 엘비엠 지분 100%를 약 2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7월 16일 런던베이글 인천점에서 근무하던 26세 직원이 회사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고인이 사망 직전 1주일간 약 80시간, 사망 전 12주 동안 매주 평균 60시간 이상 일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업계에 따르면 JKL은 사망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투자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자 보호를 위한 산재기금이 과로사 의혹 기업의 성장을 돕는 데 쓰이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런던베이글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런던베이글 사업장에서는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총 63건의 산재가 승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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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과로사 의혹' 런던베이글뮤지엄 사태 재발방지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관계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출자 철회 검토했지만…"선례 없고 현실성 떨어져"
사고 발생 후 고용노동부와 산재기금 주간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은 JKL에 대한 펀드 출자 철회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철회가 단행된다면,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가 운용사의 사회적 책임 소홀을 이유로 자금을 회수하는 첫 사례가 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출자 철회는 선례가 없고 유족이 이미 산재 신청을 취하한 만큼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JKL 13호 펀드에는 국민연금 등 다수 기관이 얽혀 있어 산재기금만 단독으로 이탈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특히 런던베이글 측이 지난 3일 유족과 합의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회사는 산재 인정 시 예상되는 보상금보다 많은 위로금을 지급했고, 유족은 산재 신청을 철회했다.
이로써 고용부가 출자 철회를 강행할 행정적 명분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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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베이글 뮤지엄 매장. (사진=연합뉴스) |
◇ PE 업계 ESG 리스크 현실화…책임론 여전
일각에서는 JKL이 런던베이글 인수 시 적용한 언아웃(실적 목표 달성 시 추가 금액 지급) 구조가 이번 사태를 촉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목표 실적을 달성해야 잔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 탓에 기존 경영진이 직원들을 과도하게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 업계는 최근 잇따른 논란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업계 1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경영 실패로 국민연금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면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JKL마저 노동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현재 고용부는 런던베이글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근로감독을 진행 중이다. 근로감독 결과 확인되는 법 위반 사항은 향후 JKL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