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증권사 성과급 잔치에 제동 건 당국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3-02-01 10: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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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증권사에 성과급과 배당금 지급에 신중하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매해 3월경 직원 실적에 따라 기본급의 수백에서 1000% 안팎까지도 성과급을 지급해왔는데, 올해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성과보수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단기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임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및 현금배당 등에서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익스포져가 높은 증권사는 향후 부동산 시장상황 및 리스크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후 성과보수를 합리적으로 산정해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당국은 직접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성과보상 체계의 적정성 보상 체계도 점검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증권사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은 원칙적으로 개별 기업이 경영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나 최근 단기금융시장 경색 국면에서 산업은행 등 외부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고 있는 일부 증권사가 배당을 실시함으로써 유동성에 부담이 발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은행권 이어 증권업도 경고

은행권에 이어 증권업계에도 성과급 관련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10일 임원회의에서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가 단기 성과에 너무 치우쳐 중장기적으로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소홀, 금융사고 발생 등의 문제점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함께 성과보수 체계의 개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고금리로 서민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권이 이자 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하는 것을 경계했다.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뿐만 아니라 유동성 위기를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한 증권사들까지 성과급과 배당 잔치를 벌일 경우 금융권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증권사에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 지난해 증시 호황에 성과급 2000%도

지난해에는 2021년 증권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월 기본급의 1000% 안팎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한 대형 증권사는 월 기본급의 평균 2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대형 증권사 중에는 기본급의 1000% 안팎을 지급한 곳이 적지 않았고, 중소형 증권사들도 기본급의 200%나 연봉의 15% 수준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에는 지난해 증시 부진으로 증권사 실적이 둔화된 데다가 금융당국이 주시하고 있어 증권사들의 성과급 기대치가 낮아질 전망이다.

김종효 인포스탁데일리 전문위원은 "증권사들의 당국 눈치보기로 성과급과 배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유동성 지원을 받은 금융회사의 경우 당국의 집중 타겟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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