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SVB 사태, 국내 시중은행엔 영향 없나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3-03-15 10: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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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최근 일주일 사이 세 번째로 무너진 미국 은행 시그니처은행에서 하루 10조원이 넘는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이 벌어졌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발 공포 심리가 퍼지면서 중소형 은행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면서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국내 시중은행에도 영향을 미칠지 금융당국과 금융업계 점검이 계속되고 있다 .
 

미국 SVB 본사에 몰려든 고객들 (사진=연합뉴스)

 

◇ 무디스, 잇단 파산에 美 은행시스템 전망 '부정적'으로 하향

15일 외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전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무디스는 최근 SVB를 비롯한 미국의 잇따른 중소 지역은행 붕괴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SVB와 실버게이트 은행, 시그니처은행에서 벌어진 예금 인출 사태와 이들 은행의 파산에 따라 미국 은행들의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고객들의 보험 한도액 초과 예금이 많고 보유 자산의 현재 가치가 많이 떨어진 유사 금융기관들이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미국의 은행들은 몇 년간 자금조달 비용이 낮았던 시기를 보내고 이제 예금 비용의 급격한 상승에 직면하면서 채권 자산의 비율이 높은 은행들의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올해 중 경기 침체에 빠지면서 은행 업계에 대한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사진=연합뉴스)

 

◇ 외화 유동성 풍부하지만 단기 스와프포인트 급락

미국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권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SVB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리스크 전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업그룹별 익스포져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가용 자금 현황도 함께 파악 중이다.

외환 유출에 대비할 수 있는 유동성을 의미하는 국내 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지난 2월 기준 132% 수준으로 규제비율(80%)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은행·증권·보험사에 대한 위기 상황 분석 결과 충분한 외화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FX(외환) 스와프포인트가 초단기와 단기물이 낙폭을 확대하면서 달러 유동성에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5대 시중은행 로고 (사진=연합뉴스)

 

◇ 여신비율 높고 유가증권 비중 작아

다만 국내은행의 예금 비중을 살펴보면 소액 예금 비중이 절대적이라 뱅크런 가능성이 낮다.

기업보다는 가계, 고액보다는 소액 예금의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주요 은행의 총여신(은행 계정)을 총수신으로 나눈 여수신 비율은 모두 90% 이상이었다.

수신이 늘어난 만큼 대출 등을 통해 돈을 굴리고 있어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구조인 셈이다.

주식과 채권 등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유가증권 투자 비중도 높지 않다. 국내 은행의 유가증권 비중은 총자산 중 18% 수준으로 낮은 상황이다.

총자산의 절반 이상을 유가증권에 투자한 SVB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으로 보유 중인 유가증권의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은행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데다, 소액 예금이 대부분이라 뱅크런 가능성도 지극히 낮다"며 "국내 시중은행에서 SVB 사태가 이뤄지긴 어렵지만, 간접적인 영향으로 단기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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