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②김주현 “사고치고 승진 안돼”...사기펀드 징계 CEO 양홍석·박정림·정영채 거취는

유정민 / 기사승인 : 2023-04-04 11: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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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양홍석, 사기펀드 사태 후 부회장 승진 이사회 의장까지
◇KB증권 박정림, 연임 성공에 금융지주 부회장급 영전
◇NH투자 정영채, 가까스로 연임 뒤 여전히 펀드 전도사 활동
[편집자주] 모피아는 재무부 출신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정경제부(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이다. 알파경제는 연속 기획을 통해 재무관료 출신이 마피아처럼 거대세력을 구축해 우리 경제를 장악 현상 일부를 사기펀드 사태에서 짚어본다. 또 모피아의 폐해가 금융부처 등 권력 기관과의 보이지 않는 결탁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사기펀드 문제에서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도 살펴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5대 금융지주회장단, 은행연합회장과 개최한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금융시작 안정을 위한 공동노력과 금융권 신뢰회복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문화 확산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알파경제=유정민·이준현·김종효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31일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수장들과 만나고 "(사고를) 저질러놓고 돈을 많이 벌어서 잘했다고 승진하는 문화와 행태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자리에는 사기로 밝혀진 라임펀드 문제로 중징계를 받았던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 손태승과 또 다른 사기펀드 DLF로 중징계 받고 소송전을 벌이던 하나금융지주 함영주는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주현 발언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가 원칙보다 선택적 정의 실현에 경도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금융계는 무게를 뒀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사기펀드 라임과 옵티머스 판매 책임이 직접 있는 증권사 CEO들이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대신증권 양홍석, 사기펀드 사태 후 부회장 승진 이사회 의장까지

우리나라 금융그룹 오너일가 중 사기펀드 사태에서 금융감독원의 징계까지 받은 인물은 대신증권 부회장 양홍석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홍석은 대신증권 정기주총에서 이사회 의장까지 오르면서 명실상부한 대신금융그룹의 선장이 됐다.

알파경제 취재에 따르면 양홍석은 지난 2019년 환매를 중단한 사기펀드 라임 판매의 대신증권 총책임자이자 결재권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양홍석은 금융감독원에서 지난 2020년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징계 관련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금융위는 징계 후 3년 차에 접어든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금융위원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관련 취재 중인 알파경제에 “양홍석 부회장은 귀한 아들 아니냐”면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안다”고 이해 못 할 발언을 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최근 수사당국이 사기펀드 문제를 다시 들여보겠다고 하자, 양홍석 등을 포함한 사기펀드 관련 징계 최종 제재심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금융위 재제심 개최의 구체적인 일정이나 움직임이 없다.
 

박정림 KB증권 사장 (사진=KB증권)

 

◇ KB증권 박정림, 연임 성공에 금융지주 부회장급 영전

 

KB금융지주에서 KB증권 사장 박정림은 유리천장을 깬 여성 CEO인 동시에 회장인 윤종규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박정림도 사기펀드 라임펀드 판매에서 최고 결재권자였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문책경고를 받았다.

박정림과 함께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가 직무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윤경은 측은 알파경제에 “라임펀드 판매와 상관없는데도 불구하고 박정림 대표가 전임 CEO가 만든 내부통제 방안이 부실하게 만들어져 사고가 났다고 하는 바람에 윤경은이 중징계를 받았다”고 억울해했다.

윤경은 측 주장대로 실제 라임펀드 판매는 박정림이 KB증권 CEO에 있을 때 이뤄진 일이다. 관련해 윤경은 측은 박정림과 KB증권을 상대로 소송 진행도 염두했지만 최종적으로 소송 포기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박정림은 금융위원회가 징계 확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새 연임에 성공하고 KB금융지주 부회장급 자리인 총괄부문장에 올랐다.

 

한치호 NBNtv 수석전문위원은 “박정림 중징계 때 금융지주 회장 윤종규의 연임 문제도 걸려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일부 고위 임원을 희생양으로 내세우고 피해자 구제도 이사회 의결 전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면서 간신히 넘어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윤종규 연임 문제가 박정림 구제에도 일정 부분 연관돼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사진=NH투자증권)

◇ NH투자 정영채, 가까스로 연임 뒤 여전히 펀드 전도사 활동

NH투자증권 정영채는 사기펀드 문제로 수사당국 조사까지 받은 바 있다. 그 이후 정영채는 금융위의 석연치 않는 징계절차 논의 중단으로 연임에 성공한 케이스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2022년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하나은행과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조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당시 금융위는 정영채 개인에 대한 금감원의 중징계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미뤘다.

금융위가 중징계가 미루자마자 정영채는 3연임에 성공했다. 정영채 연임 방식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내용을 잘 아는 금융위 관계자는 “정영채 개인에 징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징계 확정을 미룬 이유였던 것으로 안다”면서 “연임이 확정됐어도 법적으로 문제는 없기에 금융위도 그냥 넘어갔다”고 말했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정영채가 이헌재 사단으로 통하는 모피아 그룹에 의해 구제됐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중론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영채는 3연임 이후 증권사 최초로 은행권 독점 체제 펀드 수탁 비즈니스에 도전장을 내미는 등 여전히 펀드 전도사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전대규 전대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금융은 전형적인 규제산업으로 금융관료들의 협조가 없으면 그 어떤 상황도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징계 금융 CEO들이 영전하거나 연임하는 상황은 금융관료들의 비호가 존재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한다”고 말했다.

 

알파경제 유정민 (hera20214@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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