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 내 6번째 노조설립 임박...정현호式 인사관리 한계봉착했나

김종효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5 10: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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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회사 설립 12년 만에 노조 탄생할 듯
◇호실적에도 1분기 최악 삼성전자에 맞춘 임금인상률
◇롯데바이오와의 인력 전쟁...이직 직원 고소 등 강공모드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부 직원이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구체적인 노조설립 움직임은 회사 설립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삼성바이오, 회사 설립 12년 만에 노조 탄생할 듯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노조 설립을 주도하는 직원은 삼성바이오가 운영하는 사내 게시판인 '두드림'에, 노조 집행부를 공개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직원은 본인 소속과 이름을 직접 밝히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직군, 직무 관계없이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며, 또 상급단체 없이 단독 노조를 구성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집행부 공개모집 글은 회사가 당일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치호 NBNtv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최악의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에 맞춘 기본급 인상률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의 노조 설립 욕구도 한층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치호 위원은 이어 “롯데 바이오로직스와의 인력 전쟁 탓에 강화된 보안규정은 물론 퇴사자·이직자에 대한 사측의 강도 높은 조치와 MZ세대의 분위기도 노조설립에 한 몫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첫 2조원을 달성했다. 2020년 매출 1조원 달성 후 2년만의 일이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2조437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5365억원 대비 80% 증가한 968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정 결과 입장 발표 및 연대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호실적에도 1분기 최악 삼성전자에 맞춘 임금인상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임금인상률 4.1%를 확정해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 대비 올해 기본급 인상률은 1% 포인트 깎인 규모이다.

지난 1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지난달 4.1% 수준의 임금인상안을 결정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전자계열사들도 줄줄이 동일한 수준으로 임금 인상폭을 책정하고 있다.

해당 조치의 시발점은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해 삼성전자 노조는 사측이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 인상률을 책정한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1969년 창사 이래 첫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는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정에 따라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로, 임금 인상률을 6% 이상으로 끌어올리거나 경영진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자계열사들과 달리 올 1분기 호실적을 달성했음에도 그에 비해 낮은 인상률이 책정돼 아쉽다는 목소리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에서 터져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설립을 주도하는 측도 직원 개인의 커리어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인사운영과, 역대급 실적에 맞지 않는 보상을 이유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이사는 지난해 8월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직원 3명을 검찰에 고소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롯데바이오와의 인력 전쟁...이직 직원 고소 등 강공모드

정현호 부회장의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모든 계열사의 인사와 노무 등 조직관리를 사실상 도맡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과거 미래전략실처럼 그룹 내 콘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인사 노무 관리 기준도 인사전문가인 정 부회장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부정보 유출 방지 차원에서 애플 아이폰에 'EMM'이라는 카메라 촬영 방지 프로그램 설치 의무화했다.

앞선 올 초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인력 빼가기를 중지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도 했다.

지난 해에도 두 번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임직원 전직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 추가적인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3명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법원으로부터 일부 인용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직 직원 대상 형사고소도 진행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형철 신현노무법인 대표노무사는 알파경제에 ”무노조 경영을 하던 기존 삼성 방식의 인사관리와 이직자에 대한 엄격한 대처 방식은 현 직원들에게 업무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된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노조 설립은 사측의 일방적인 대응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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