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범수는 홍은택
◇승부사 홍은택, 명예 건 마지막 승부수
◇홍은택이 홍은택 할 수 있을까
![]() |
카카오 판교 아지트 로비 전경 (사진=카카오) |
[알파경제=김상진 기자] “앞서 공표한 내용 중에 어느 부분이 모호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임기 안에 해당 안건 통과일 종가 기준으로 카카오 주가가 2배 이상 오를 경우에만 스톡옵션을 행사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는데, 또 고쳐묻는 의도가 궁금하다”
지난 28일 카카오 제 28기 정기주주총회 자리에서 나온 홍은택 카카오 대표의 날 선 답변입니다.
이 장면에서 ICT업계는 ‘홍은택이 진짜 돌아왔다’고 평가했습니다.
![]() |
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
◇ 홍은택, 12만1400원 안되면 스톡옵션 포기 선언
카카오는 제28기 주주총회에서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 등 ▲이사 선임 이사보수한도 축소 ▲이사 퇴직금 3배 상향 ▲홍은택 대표이사에 5만주 주식선택매수권(스톡옵션) 부여 등 안건을 가결했습니다.
퇴직금 지급률 개정안은 홍 대표에 대한 스톡옵션 5만주 부여 등과 겹쳐 논란이 커지자 신규 선임 대표이사부터 적용하기로 결정됐습니다.
알파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홍 대표의 카카오 주가 2배 상승 뒤 스톡옵션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28일 종가 기준 6만700원의 두배는 정확히 12만1400원입니다.
하이브와 치열한 수싸움 끝에 K팝 거함 SM엔터테인먼트를 손에 넣었다지만 카카오 주가 흐름을 드라마틱하게 올리기엔 안팎 여건이 너무 안좋기 때문입니다.
![]() |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과 카카오프랜즈 캐릭터 (사진=카카오) |
◇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범수는 홍은택
어떻게 보면 홍은택 대표는 포털 비즈니스의 살아있는 화석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그가 골목상권 침해와 카카오먹통 사태로 온 나라의 지탄을 받던 카카오를 구하기 위해 전격 투입됩니다.
당시 홍 대표는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늙은이가 다시 현장에 왔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카카오 오너 김범수 구상 속에는 홍은택 말고 생각나는 카드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홍은택이 누구냐였습니다. 그의 말대로 올드해도 너무 올드한 인사가 카카오의 수장이 된거니까요. ICT 분야의 젊은 기자들도 몰랐습니다.
때문에 오너 그룹인 남궁훈 대표가 지병과 사고를 핑계로 사실상 도망치듯 대표이사 자리를 내려놓을 때 카카오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박했습니다.
한때 최고 17만원까지 찍었던 주가는 현재 6만원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된 홍은택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도 상당 부분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 |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지난해 10월 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먹통 사태와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승부사 홍은택, 명예 건 마지막 승부수
홍은택 대표는 기자 시절 날 선 기사를 잘쓰는 일명 전국구 칼잡이였습니다. 그런 그가 네이버 전신 NHN으로 이직했을 때 다들 의아했다죠.
하지만 보란 듯이 가는 곳마다 서비스를 성공시켰습니다. 지금 카카오의 다음뉴스가 홍은택 대표 휘하에서 네이버 뉴스와 대등하게 경쟁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지금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입니다.
한치호 NBNtv 수석전문위원은 “그만큼 김범수는 홍은택의 승부사 기질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가 2배 상승 뒤 스톡옵션 행사는 홍은택이 돈이 아닌 명예를 걸고 내건 승부”라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시장의 반응도 카카오에 진짜 책임질 사람이 왔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카카오 그룹을 선봉에서 이끌던 카카오뱅크나 카카오게임즈 등은 맥을 못추고 있죠.
챗GPT 열풍에 카카오도 관련 서비스를 내놓겠다 선언했지만 큰 기대를 거는 투자자는 별로 없는 상태입니다. 카카오는 IT기술기업보다 카카오톡 중심한 거대 생활형 플랫폼으로 안착한 지 오래니까요.
![]() |
청년 도약 멤버십 운영계획 발표하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연합뉴스) |
◇ 홍은택이 홍은택 할 수 있을까
홍은택 본인 말대로 ICT기업에서 1963년생, 윤석열 정부의 만 나이 개정 전 61세면 본인의 지난 온 공적을 되새기면서 은퇴해 후진을 양성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입니다.
특히, 지나 온 족적이 화려한 홍은택 입장에서 위기의 카카오라는 거함을 이끌고 주가 2배 상승, 단순 계산 주당 12만원 이상이라는 어려운 기치를 달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은택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물론 먹튀 논란 등 갖가지 우려에도 카카오 스톡옵션 제도는 좋은 인재, 전문 경영인 영입을 위한 전가의 보도라는 점에서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이사는 “김범수 키즈 임지훈부터 시작된 먹튀 논란의 중심에는 17만원에 산 주식이 6만원까지 떨어질 때 오너인 김범수나 주요 경영진들은 크게 한 일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이어 “거함 카카오에는 잠재력 높은 사업들이 많은 만큼 홍 대표가 세심하게 각종 사업들을 일사분란하게 챙겨주길 바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요구”라고 분석했다.
알파경제 김상진 기자(ceo@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