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7분 먹통'...원인은 중간가호가
미래에셋·키움 등 서비스 지연 발생
금감원 "전산 장애 거래소 문제, 대체거래소와 무관"…투자자 보호 조치는?
 |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김혜실 기자]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 도입 후 증권사 시스템에서 잇달아 전산장애가 나타난 데 이어, 한국거래소 전산장애로 장중 7분가량 전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거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체거래소 도입 증권사와 종목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은 사고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이렇다 할 입장이나 사고 관리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어 시장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 거래소 '7분 먹통'...원인은 중간가호가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1시 37분 7초부터 11시 44분 16초까지 총 7분 9초간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호가창이 멈추는 등 거래가 중단됐다.
대부분의 종목이 7분 만에 거래가 정상적으로 작동됐지만 로직 충돌의 원인이 된 동양철관은 호가가 접수되지 않으면서, 거래소는 이날 오후 12시5분 동양철관 거래를 정지했고 3시간여 만에 거래를 재개했다.
이후 장애 발생 원인을 분석한 결과, 최근 출범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을 계기로 도입한 중간가호가와 기존 로직의 충돌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거래소는 "동양철관 종목의 자전거래방지 조건 호가의 매매체결 수량 계산 시 중간가호가 수량이 누락되면서 매매체결 지연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자전거래방지 조건(SMP)은 같은 ID로 동일한 가격의 매수·매도 주문이 발생할 경우 한쪽의 호가가 효력이 정지됨으로써 상호체결을 방지하는 장치다. 중간가호가는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으로 가격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중간가호가를 도입하면서 SMP 체결 로직과 충돌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는 "오는 31일부터 넥스트레이드의 거래종목이 800종목으로 확대되는 만큼 유사사례 방지를 위해 4월 말까지 매주 주말 넥스트레이드와 합동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
(사진=한국거래소) |
◇ 미래에셋·키움 등 서비스 지연 발생
하지만 이번 사고가 처음은 아니다. 대체거래소 출범 당일인 지난 4일 미래에셋증권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주문 체결 조회가 1분 이상 지연되는 오류가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일부 고객들은 체결된 주문을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오인하고 정정 주문을 하거나 취소 요구를 하는 등 혼선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레이딩시스템 개편 후 발생한 사고다.
대체거래소에 참여하는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자체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을 구축한 키움증권에서도 지난 4일 실시간 조회 서비스가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키움증권 측은 시스템을 새롭게 적용하면서 전날 조회가 지연됐지만, 빠르게 정상화됐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대체거래소 도입 전부터 SOR 시스템 안정화를 강조했고, 시장 초기 SOR을 테스트할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완벽히 준비된 증권사들만 정규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아직 대부분 중소형사들이 조건부시장 참여사로 분류된 상황에서, 대형 증권사와 거래소가 전산장애를 피하지 못하면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
(사진=금융감독원) |
◇ 금감원 "전산 장애 거래소 문제, 대체거래소와 무관"…투자자 보호 조치는?
증권사 사고 직후 금융감독원은 대체거래소 출범 후 발생한 전산장애와 관련한 자료를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에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증권사가 자체 조사한 자료를 검토한 뒤 필요에 따라 후속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대체거래소 단계적 도입 확대 시점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미온적인 대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시장 전체에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부재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2005년 한국거래소 통합 출범 후 정규장에서 코스피 종목 전체 거래가 멈춘 일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상 초유의 사태임에도 금감원은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장애가 대체거래소 도입과 관련한 문제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미온적 대응이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이번 거래소 전산 장애는 대체거래소와 관련이 없는 한국거래소 내부 문제"라며 "중간가 호가를 도입하면서 거래소 내부 시스템과 제대로 연결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애가 발생한 동양철관은 대체거래소에서 거래되지도 않는 종목"이라며 "전적으로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준비하지 못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감원이 단순히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대체거래소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전산 리스크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향후 거래종목이 800종목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가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