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핵심 계열사 SK실트론 매각 작업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반도체 웨이퍼 시장의 선두 주자인 SK실트론의 매각은 국내 사모펀드 업계의 뜨거운 감자였으나, 최근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분 처리 문제가 불거지며 협상 테이블이 냉각되고 있는 분위기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SK그룹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한앤컴퍼니,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유력 인수 후보들이 거론되었지만, 매각 가격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부터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 장비, 관련 파생 제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 기판, 웨이퍼, 범용 반도체, 최첨단 반도체 등이 포함되어 있어,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반도체 부문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경우 SK실트론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29.4% 처리 문제 역시 매각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사모펀드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최 회장의 지분까지 일괄 인수를 희망하고 있지만, 최 회장 측은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지분 유지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SK텔레콤의 유심 사태가 불거지면서 최 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점도 사모펀드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 회장이 SK텔레콤 사태와 관련한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발까지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더해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회생 신청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상황에서, SK실트론 매각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SK실트론 매각 작업이 당분간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알파경제 영상제작국 (press@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