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창용 "과도한 입시경쟁,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 고착"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4-08-27 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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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경쟁, 강남 부동산 과열의 근본 원인"
지역별 균형선발제 제안 "악순환의 고리 끊을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으로 입시경쟁 과열을 지목하며, 대학의 '지역별 균형선발제'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2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열린 '한국은행-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를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 "입시경쟁, 강남 부동산 과열의 근본 원인"

이 총재는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는 고민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금통위 결정이 현 상황에서 옳은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있지만, 왜 우리 사회가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늪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도권, 특히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의 근본 원인으로 입시경쟁을 꼽았다.

이 총재는 "입시경쟁이 치열해지고 사교육이 중요해지다 보니 자녀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서울로, 그리고 강남으로, 주택 구입이 어려우면 전세라도 진입하고자 한다"며 "이후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또 다음 세대가 똑같은 목적으로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고착화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준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등이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에서 정민수 한은 지역연구지원팀장의 기조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역별 균형선발제 제안 "악순환의 고리 끊을 것"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지역별 균형선발제'를 제안했다. 이는 대학이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지역균형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성과가 다른 학생보다 전혀 뒤처지지 않는 것은 이 제도가 수월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다양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제안이 정부 정책이나 법 제도 변경 없이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의 결단만으로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이를 통해 대치동 학원이 전국으로 분산되고 지방 학생이 입시를 위해 서울로 이주해올 필요가 없어지는 등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김준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날씨 흐려도 구조개혁 추진해야"

이 총재는 구조개혁의 시급성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해 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격언을 인용하면서 "더 안타까운 점은 이제 우리에게 해 날 때를 기다려 구조개혁을 추진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태풍만 아니라면 날씨가 흐려도 단기 경제정책과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수십년간 증가해온 가계부채, 반복되는 부동산 문제, 미진한 연금 및 노동개혁 등을 볼 때 우리는 해가 날 때도 구조조정을 하기보다 손쉬운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세계 최상위권 수준 가계부채가 더 증가했다간 수요부족으로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그 정도가 지나치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높아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국민들 간의 위화감, 나아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구조적인 제약을 개선하려고 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수행한다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는 지난 20년과 같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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