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인수 승인 '빨간불'…자본건전성도 우려
금융사고 다발 KB·NH도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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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6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생명보험사 인수를 추진 중인 우리금융으로서는 검사 결과에 따라 인수 승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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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우리은행 본점 등 사무실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8월 2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우리금융, 부당대출 규모 3배 이상 증가
금융당국은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우리금융을 포함한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검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상은 우리·KB·NH금융과 신한금융투자, 토스뱅크 등이다. 우리·KB·NH금융의 경우 작년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가운데 검사가 이뤄졌고 토스뱅크는 출범 후 첫 정기검사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은 지난달 31일 손 전 회장 관련 '횡령 혐의 발생액'의 자기자본 대비 비율을 기존 0.06%에서 0.19%로 상향하는 정정공시를 냈다.
이는 검찰이 지난달 21일 손 전 회장을 517억4천500만원 상당의 부당대출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정정공시로 횡령 혐의액은 지난해 11월 성 모 전 부행장 기소 당시 공시했던 154억9천500만원에서 약 3.3배 증가했다.
검찰 수사 결과 손 전 회장은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에 23차례에 걸쳐 불법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원장은 최근 검사 결과 발표를 연기한 배경에 대해 "더 매운맛을 보여주기 위한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원장은 "원칙대로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1월 발표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며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은 달라진 부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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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 보험사 인수 승인 '빨간불'…자본건전성도 우려
이번 검사결과는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지주 인수 규정상 경영실태평가 종합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승인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금융은 2등급이나, 이번 평가부터 내부통제 비중이 5.3%에서 15%로 확대돼 등급 하락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본건전성도 우려 요인이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3분기 말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1.95%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2%를 하회하고 있다.
이는 임종규 회장이 추진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금융은 지난 15일 금융당국에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은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신중한 심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심사에는 시기와 검사 결과 등급이 모두 반영된다"며 "법률상 심사 기한은 60일이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예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으로서는 금감원의 검사결과 발표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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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ATM. (사진=연합뉴스) |
◇ 금융사고 다발 KB·NH도 '전전긍긍'
우리금융뿐만 아니라 KB금융과 NH농협금융도 이번 금감원 검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작년 1분기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큰 홍역을 치른 데 이어, 3분기까지 19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주요 은행 중 가장 많은 금융사고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120억원, 135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고 공시하면서 내부통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NH농협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3분기까지 16건의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중 100억원 이상 대형사고만 3건에 달했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의 인사·경영 개입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면서 금융지주 독립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앞서 이들 금융사에 대해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관련 사항과 자본 비율, 자산건전성, 리스크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