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0년만 사법리스크 종지부 찍은 이재용…첫 행보는 올트먼·손정의와 'AI 협력'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2-06 0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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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법적 족쇄 해제…불확실성 완화 국면 진입
730조 AI 프로젝트 합류할까
1분기 실적은 아직 부진, 2분기부터 반등 기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10년 만에 사법 리스크 해소에 성공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행보의 첫 걸음을 글로벌 AI 동맹 구축으로 시작했다.

이 회장은 항소심 무죄 판결 직후 오픈AI 샘 올트먼 CEO,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과 만나 73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논의에 나서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0년 만의 법적 족쇄 해제…불확실성 완화 국면 진입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1심과 같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과 합병 시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여부 등을 검토한 뒤 검찰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허위공시·부정회계 의혹과 관련해 재판부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다는 사실을 주요 위험으로 공시했어야 했다"면서도 "하지만 은폐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2020년 9월 이 회장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낮은 비용으로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삼성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각종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이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증권가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로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이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되며 경영 복귀가 현실화됨에 따라 삼성전자는 불확실성 완화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2019년 이후 미등기임원이었던 이재용 회장은 3월 주총에서 등기이사 복귀로 책임경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삼성전자 중심의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무죄 판결은 2017년 하만(Harman) 인수 이후 중단됐던 대형 인수·합병(M&A)과 신사업 발굴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제 로봇, 전장,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M&A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연구원은 "이재용 회장의 10년간 사법 리스크 종료는 향후 적극적 경영참여를 의미한다"며 "현재 보유한 순현금 93.3조원(시총 대비 27.5%)을 삼성전자 기업가치 제고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730조 AI 프로젝트 합류할까

이재용 회장은 무죄 선고 다음날인 4일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3자 회동을 가지며 발 빠른 행보에 나섰다.

이들은 4년간 5000억 달러(약 731조7000억원)가 투자되는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 중 유일하게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 LSI 등을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 기업이라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HBM, eSSD, GDDR7, LPDDR5X 등 AI 메모리의 턴키 공급이 가능하고, AI 전용 칩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공급망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합류할 경우, AI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오랜 협력 관계를 맺어온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과의 협력을 통해 오픈AI의 자체 AI 칩 생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Arm은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손 회장은 회동 직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삼성도 참가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더 논의할 것이고, 좋은 논의를 했다"고 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분기 실적은 아직 부진, 2분기부터 반등 기대

다만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5.1조원(-22.6%QoQ)으로 예상했다. HBM 판매량이 중국 직수출 규제 및 개선된 제품향으로 수요가 이연되며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1분기 HBM 매출액은 4.3조원으로 -26%(QoQ) 감소할 것"이라며 "비메모리 사업부는 가동률 저하 및 중국에 대한 추가 수출 규제 영향으로 적자 규모가 2.8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중에 HBM3E 12단 품질 인증, HBM4(6세대 HBM) 개발 완료, 파운드리 대형 수주(2nm) 등 주가 상승을 견인할 요인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또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PBR 0.85배로 모든 악재를 선 반영하고 있어 하락 위험은 제한적인 반면 향후 상승 여력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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